꽁꽁 언 ELW(주식워런트증권)… 거래금액 전성기의 5%로 줄어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 규모가 전성기의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때 전 세계에서 홍콩에 이어 둘째로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지난 2011년 스캘퍼(초단타 매매자) 사건으로 거래가 위축된 후 좀처럼 옛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몰락한 ELW 시장

11일 한국거래소의 ELW 거래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ELW 거래 대금은 2조35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던 2010년 10월 43조4250억원의 5% 남짓한 수준이다.

2012년 1~2월 월평균 20조원 가까운 거래 대금을 기록했던 ELW는 그해 3월 금융당국의 ELW 시장 건전화 조치 이후 거래가 급격하게 줄었다. 이후 2012년 4월 1조4000억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거래가 줄었고, 현재까지 ELW 월평균 거래 대금은 2조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ELW 하루 거래 대금은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2012년 초 1조원을 넘었을 때와 비교하면 활력이 크게 줄었다.

2011년 상반기 1만개에 육박하던 상장종목 수도 발행 빈도가 월 1회로 제한된 이후 4034개로 급감했다.

유동성공급자(LP)를 포기하는 증권사도 속출하고 있다. 과거 부동의 1위 발행사 자리를 지켜왔던 맥쿼리증권이나 씨티글로벌그룹마켓 등이 짐을 싸면서 한때 30개사에 달했던 LP는 현재 15개사로 반 토막이 났다.

◇초단타 거래가 화 불러

2005년에 시작된 국내 ELW 시장은 2010년까지만 해도 거래 규모에서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높은 스캘퍼(초단타 매매자) 비중, 개인투자자 피해, 증권사의 불공정 거래 등이 논란이 되면서 ELW 시장은 규제 대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전용회선을 사용하는 스캘퍼가 부당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스캘퍼 논란이 규제의 불을 지폈다. 검찰은 증권사가 ELW 거래에서 초단타 매매자에게 속도가 빠른 전용회선을 제공한 것이 부당하다며 증권사 전·현직 사장을 기소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ELW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개인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해 기본 예탁금을 1500만원으로 인상했고 LP의 호가 제출을 제한했다. 스캘퍼 전용회선의 특혜도 제한했고 증권사별로 월 1회 이내로 ELW 종목 발행을 제한했다.

최근 스캘퍼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증권사 사장 8명이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ELW 시장은 이미 침체된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된 이후 거래 물량 자체가 부족해지면서 단타 매매자들도 시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규제 개선 카드 만지작

ELW 시장은 현재 개선책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 강화'와 '스캘퍼 차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금융당국에 건의할 계획을 갖고 있다. 거래소 측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2일 증시 개장식에서 "파생상품 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존 파생상품 시장 규제도 합리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이 ELW 시장 개선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인 금융위원회는 다소 다른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투기 목적을 가지고 위험한 파생상품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무작정 바람직하지는 않으며, 단순히 시장 규모가 크고 증권사나 거래소의 수입원이 된다고 해서 활성화하는 것이 옳다고만 볼 수도 없다는 것. 금융위 관계자는 "ELW 시장 상황은 지켜보고 있지만 규제 완화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며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ELW 개인투자자 손실 피해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주식워런트증권(ELW·Equity-Linked Warrant)

ELW는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증권으로 성격은 파생상품이지만, 일반 주식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2005년 12월 1일 72개 종목이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돼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