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총재 도와 세계 극빈층 줄일 것"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한국인의 강점을 보여준 성과이기에 기쁨이 더욱 큽니다."

국제금융 기구인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공채 출신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국장급 간부가 된 소재향(52)씨는 12일 본지 통화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소 국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 극빈층 비율을 3%로 줄이겠다고 선언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전날 소 국장을 '양허성 자금 국제협력부' 국장으로 임명했다. 이 부서에서 소 국장은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에 차관을 주는 펀드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 펀드 규모는 29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한다.

소 국장은 "김용 총재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공유하는 게 기분 좋은 일"이라고 했다. "김 총재와 회의 석상에서 영어로만 얘기해 왔는데, 얼마 전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반사적으로 한국말로 인사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소 국장은 인왕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던 중 내무부(현 안전행정부) 공무원이던 부친이 UNDP(유엔개발계획) 직원으로 선발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했다. 중3 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소 국장은 스탠퍼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땄다. 이후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중 1992년 세계은행에 들어갔다.

소 국장은 "세계은행의 역할은 들어오기 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며 "좀 더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국제기구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살았지만 여전히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미혼인 소 국장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결혼을 못 했는지, 결혼을 못 하다 보니 일을 열심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지런하게 살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