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7% 손실… 신흥국 독감 옮은 海外펀드

해외 펀드가 올 들어 극히 부진하다. 신흥국 금융 불안과 미국의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축소에 대한 우려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면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브라질, 중국 등 신흥국 펀드가 크게 타격을 받았고 선진국 펀드도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작년 4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던 일본 펀드는 올 들어 8% 손실을 내고 있다.

◇해외 펀드 줄줄이 마이너스

12일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자료를 의뢰해 조사한 결과, 올 들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4.7%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신흥 아시아 펀드(0.4%)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펀드가 -8.0%로 가장 저조하다. 러시아(-7.8%)와 중남미(-7.0%) 펀드도 부진하다. 브라질(-6.9%), 중국(-6.6%), 신흥 유럽(-5.6%), 인도(-3.0%) 펀드 역시 손실이 적지 않다. 그나마 북미(-0.3%)와 유럽(-0.7%)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설정액이 큰 주요 해외 주식형 펀드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중국 펀드인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증권투자신탁 2[주식](종류A)'와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의 수익률은 올 들어 각각 -6.2%, -5.1%를 기록했다. 브릭스 펀드인 '슈로더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E(주식)종류C 5'는 수익률이 -6.3%에 그쳤다. 이 밖에 'JP모간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A'(-9.3%), '미래에셋친디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4.2%),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직판F'(-2.4%) 등도 수익률이 저조하다.

◇신흥국 금융 불안 직격탄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 불안과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도 부진했다.

여기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디플레이션(저물가 속 경기침체) 압력 논란, 중국의 성장 둔화 지속 우려까지 겹치면서 연이은 악재가 세계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작년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과 일본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월에만 미국 다우평균은 5.3%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평균도 8.4% 하락했다. 터키와 콜롬비아, 브라질, 칠레 등 신흥국 증시는 1월 중 7~9%가량 급락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위기론이 부상했던 중국, 인도 등 신흥국 펀드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 펀드도 하락하며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펀드 너마저

해외 주식형 펀드의 자금 흐름은 나쁘지 않다. 작년 1월 말 25조7455억원이었던 설정액은 작년 연말 20조5581억원까지 줄어들었지만 올 들어선 1928억원이 순유입됐다.

전 세계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 해외 펀드 설정액이 늘어난 이유는 선진국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펀드에만 올 들어 1082억원이 들어왔고 일본 펀드와 북미 펀드에 각각 439억원, 313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너나없이 올해 추천 상품으로 해외 펀드, 그중에서도 선진국 펀드를 선정했다. 그동안 주가가 꽤 올랐지만 앞으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선진국 펀드도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수익률이 부진하자 미국과 유럽에서 슬슬 발을 뺄 때가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일본 역시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