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수백 개가 창공을 난다. 첩첩산중 상공에 한 무리의 새다. 가파른 산의 나무는 힘겹다. 산의 경사가 심하게 기울어 나무들은 여유가 없다. 오직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그 발꿈치를 세운다. 땅속의 바위가 오지게 단단해도 연약한 뿌리로 모세의 기적처럼 쩍 갈라 버린다. 쓰러지는 나무도 거의 없다. 풍세가 강하다.
풍세는 습관을 낳는 걸까? 작년 1월에도 같은 곳의 굽이굽이 산길을 바퀴를 굴려 가며 좌로 변함없이 하류로 흐르는 강에, 우로 거대한 용의 등줄기를 닮은 산세에 긴장하며 가던 차다. 갑자기 고양이 두 마리가 인적도 차량도 한산한 길의 왼편에서 날아든다.
두 번의 싸이클로이드로 고양이는 현실 세계에 등장한다.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의 <고양이의 보은(猫の恩返し, The Cat Returns)>에서 길 복판서 위기를 맞을 뻔했던 고양이는 고양이 왕국의 왕자였다. 그 싸이클로이드의 속도만큼은 서부극의 게리 쿠퍼의 총 뽑기같이 정말 빨랐다.
독수리가 고공에서 먹이를 향해 직강하는 궤적도 싸이클로이드에 가깝다고 한다. 지붕의 선도 싸이클로이드일 때 가장 배수가 빠르다고 한다. 지난여름에 홍천의 한 대형 리조트의 실내 미끄럼틀은 길지만 직선이다. 길게 싸이클로이드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한국의 산길은 구절양장이다. 천천히 가도 빠르다. 뒤 차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빨간 소형차다. 호흡을 길게 쉬지 못하는 운전자거나 심장이 너무 뜨거운 사람인가 보다. 무모하게 추월을 기도한다. 가속할 길이도 못되고, 엔진도 약한 차다. 아마도 앞차의 아량 혹은 마주 오는 차량의 깡을 꺾자는 속셈 같다.
수백 개의 붓이 찍어 낸 점 같던 새들의 군무(群舞)처럼 순간순간 속도며,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을까? 파리 눈에는 사람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폭발적으로 내는 주먹의 현란한 움직임도 고작 슬로비디오로 보인다고 한다. 그처럼 굼벵이들과 충돌이나 추돌을 당하기에는 그 빨간 소형차는 너무 빨랐던 걸까?
경험상 몇 초의 앞을 내다보는 우리 일행의 차는 속도를 이미 줄였다. 길 반대편 마주 오는 차량도 추월 차량의 몇 미터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제동을 한 게 틀림없다. 차가 살짝 울컥거렸다. 빨간 차량은 순간 차선을 바꿔 경사도가 미약한 길을 턱 빠지게 달린다. 그 짧은 한순간 한순간을 핀셋으로 꼭 집어낼 수 있을 정도로 스틸사진 보듯 한 거라고 믿고 싶다.
싸이클로이드에 올라탄 그 빨간 소형차는 한 마리 고양이다. 보이지 않아도 속도와 제동으로 살려준 다른 차량 두 대 안에 있던 놀란 눈들과 입들에게 왕궁에라도 초청할지 눈 빠지게 기다릴 것이다. 밖이 야심한데 고양이 소리가 요란하다. 대문을 열어 주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