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해외주재원 삶, 득(得)과 실(失)

며칠 전 방송매체를 통해 리비아 주재 한국공무원이 피랍된 후 무사히 풀려난 기사를 보고 해외주재원 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 입학부터 공무원은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대기업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준비하여 1994년 원하던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러나 대학 시절 꿈꾸어 왔던 회사 생활과 실제로 발을 들여놓고 피부로 직접 체험한 회사생활은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그래서 10년간의 회사생활에서 1년차에 여러 차례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상사는 신입사원 때는 으레 그러한 아픔을 겪는다고 얘길 하면서 반려했다. 그렇게 해서 약 10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여전히 회사의 분위기에 적응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차 부서 팀장은 해외주재원의 길을 주려고 했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환경이 바뀌면 생각 또한 그 상황에 맞게 변화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3년 3월. 1년간의 기간으로 인도네시아로 장기출장을 갔다. 입사 후 이렇게 긴 장기출장은 처음이었고 그리고 전혀 다른 환경 즉, 일 년 내내 30~35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와 전혀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새까만 피부의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하는 생활도 6개월은 매우 힘들어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모든 일을 본인 주관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약 1년간의 장기출장을 마치고 2004년 2월 마침내 정식으로 해외주재원 발령 통지서를 받았다.
 
나는 인도네시아 출장 중에 정식 발령을 받았기에 인도네시아에 계속 머물렀고 부인과 두 자녀는 2004년 4월에 인도네시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아내와 아이들도 내가 처음에 와서 겪었던 낯선 기후, 낯선 말씨, 낯선 사람과의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적응하게 되었다. 2004년 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만 5년간의 주재원 생활은 나와 가족에겐 지금까지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이었던 것 같다. 주재원으로서 얻었던 부분은 월급쟁이로서 월급쟁이 이상의 새로운 삶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월급쟁이가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차를 타고 운전기사를 쓰고 거기에다가 식모와 유모까지 둔다는 것은 한국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선 가능했다. 물론 이것은 이 나라가 그만큼 물가가 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참고로 2004년에만 해도 한국 돈으로 인도네시아에선 운전기사 20만 원, 식모 5만 원, 유모 5만 원 정도의 월급으로 가능했었다. 또한, 소위 한국에서 강남에서 돈푼깨나 있는 사람들이 보낼 수 있다는 외국계 학교에도 회사의 지원으로 두 아이를 보낼 수 있었다.

회사로부터 이러한 지원과 혜택을 받으면서 회사생활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면 보다 더 회사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큰 사고의 전환점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얻었던 부분도 있지만 물론 잃었던 부분도 있었다.
 
한국과 비행기로 6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로 인해 한국에 있는 친지, 친구들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을 하지 못하면서 나의 존재가 조금씩 잊히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2009년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가능한 많은 모임에 의도적으로 참석도 하고 경조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 중이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인생에서 일정 기간은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환경을 접해보면서 내 과거의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의 경우 해외주재원 생활은 할 만했다고 하고 누구나 기회가 주어지면 한번 해보는 것을 감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