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디자인 기업으로 키울 것"

가구 업체인 한샘이 권영걸(63·사진)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를 사장 겸 최고디자인경영자(CDO)로 영입했다. 국내 기업이 현직 교수를 사장으로 영입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권 사장은 디자인계에서 인정받는 학자이면서 사업 추진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1976년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권 사장은 졸업 직전인 1975년 '삼목가구'라는 가구 디자인 회사를 창업해 5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후 사업을 접고 미국 UCLA에서 석사,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동덕여대·이화여대 등을 거쳐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서울대 미술대 학장을 지낸 그는 오세훈 전(前)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07~2009년 부시장급으로 서울디자인총괄본부 본부장을 맡아 '디자인 서울' 사업을 이끈 것으로도 유명하다.

17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한샘디자인연구소에서 만난 권 사장은 향후 1년간의 업무 계획을 빽빽하게 적은 가로 약 1m, 세로 40㎝ 크기의 종이를 책상 위에 펼쳤다. 그는 "앞으로 1년간 한샘을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한 주간 계획을 세워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샘은 올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세계 최대 가구 기업인 이케아(IKEA)에 맞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권 사장의 한샘이 선택한 주요 '무기'인 셈이다. 권 사장은 "미국의 애플이나 브라운처럼 디자인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디자인 기업'이 한국에는 전무(全無)하다"며 "한샘의 독자적 정체성을 담은 '한샘 스타일'을 만들어 글로벌 디자인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달 명예퇴직해 35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교수 임기 2년 반을 남겨두고 한샘에서 인생 2막을 열기로 한 것은 조창걸(75) 한샘 명예회장의 제안 때문이었다. 권 사장은 지난해 10월 조 명예회장과 함께 떠난 중국 여행에서 "한샘의 디자인 혁명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융합된 제3의 디자인(Design Beyond East and West)'으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권 사장은 "현재 한샘 가구에서는 한샘만의 스타일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동서양(東西洋)을 융합한 한샘 고유의 디자인으로 중국 등 해외시장도 정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국내 최고 디자이너 10여명으로 '디자인 매니지먼트팀'을 꾸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심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