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면, 날 보러 와요

미술관이 문을 닫는 밤, 비로소 전시가 시작된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6-8'전(展). 부제는 '해가 질 무렵 깨어나기 시작하는 미술관'이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이 문을 닫는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두 시간만 공개한다.

장소도 파격이다. 기존 전시실 대신 그동안 개방하지 않았던 공간을 활용했다. 미술관 입구의 주차 부스, 아트선재센터 왼편의 한옥을 비롯해 환풍구, 기계실, 계단과 복도, 옥상까지…. 관람객은 탐험가처럼 걸어가다 작품을 '발견'한다.

한옥 안으로 들어가면 흡사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초록빛 레이저가 가로지르는 어두운 방. 빛과 안개, 소리만이 감각을 극대화한다. 리경의 작품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미술관 옥상. 한복판에 설치된 온실에 들어서면 순간 연기가 가득 찬다. 세상이 사라지고 혼자만 남은 듯한 아찔한 경험. 이원우 작품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다. 아니면 그 반대이거나'다. 틀을 깨는 시도를 즐기는 능동적 관객에게 권하고픈 전시. '보수적 관람객'이라면 시도를 안하는 게 낫겠다. 전시는 3월 29일까지. (02)733-8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