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CEO들이여 현장에 귀기울여라

경기가 악화돼 매출이 줄면 회사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이 다반사다. 이럴 때가 바로 리더가 '불황형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①무조건적인 채찍질 대신 현실 직시, ②정보 공유, ③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핵심이다.

◇딜레마

중견 기업의 한 사장은 우연히 직원들끼리 하는 얘기를 듣고 시름에 잠겼다. '사업을 접는다, 아니다, 구조조정을 한다, 만다'는 등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비관적인 결말을 담은 소설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장을 헐뜯는 말까지 나왔다. "사장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말이 튀어나오는 지경이었다. 불황 때문에 회사가 힘들어지니, 리더십까지 의심받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해결책

세계적인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잘나가던 기업들도 분위기가 나빠졌다는 곳이 많다. 매출을 올리려고 "야근과 휴일 근무를 불사하고 다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 하면, "직원만 닦달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만 커진다. 자금 사정으로 준비 중이던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혹은 연봉을 동결하거나 삭감하게 되면 "우리 회사도 곧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반응부터 나온다.

불황으로 이처럼 조직 분위기가 흐트러졌다면 평소와는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 바로 직원의 불안을 잠재우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이고 위기 극복의 실마리까지 얻을 수 있는 '불황형 리더십'이다.

먼저,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행동은 무조건적인 채찍질이 아닌 현실 직시다. 매출 하락, 재고 증가 등으로 초조해진 리더는 앞뒤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실적을 올리라면서 직원을 몰아붙이기 쉽다. 하지만 불황으로 실적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은 직원들은 자신감만 약화되고 급기야는 "현실도 모르고 재촉만 한다"며 리더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리게 된다. 그러니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성 있는 목표에 도전하여 성공을 거둔 직원들은 자신감이 커지고 사기가 높아져 불황을 극복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된다.

둘째, 어려울수록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리더는 조직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까 봐 회사의 곤경을 직원들에게 알리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무지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혼란을 가져온다. 회사 사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직원들은 혹시 내 월급과 일자리에 문제가 생길까 싶어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로 인해 근거 없는 소문이 만들어지고 회사가 크게 술렁이는 것을 막으려면,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불황이 닥친 2008년, 당시 듀폰의 CEO(최고경영자) 채드 홀리데이는 전 세계 모든 지사장에게 직원을 모두 1대1로 면담하게 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왜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으며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대책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하도록 했다. 위기의 원인과 대책, 성공 가능성에 대해 들은 직원들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한마음으로 똘똘 뭉칠 수 있었다.

셋째,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리더의 책임감이 지나치면 '나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하지만 리더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할 경우 좀 더 현실적이고 즉각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루이스 거스트너 전 IBM 회장은 1993년 파산 위기가 닥쳤을 때 사내 온라인 토론방을 개설하는 일부터 했다. 여기서 그는 전 세계 직원들로부터 회사가 위기 상황에서 지향해야 할 비전과 목표를 들었다. 또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게 하고, 실제 경영에 반영했다. 파산 위기를 넘긴 이후 그는 "IBM과 컴퓨터 산업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직원들에게서 얻은 충고 덕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