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2년 연속 떡고물이 줄어든다… 그럼, 株價는요?

배당액을 갑자기 줄이는 '배당 절벽'이 발생해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 성향(순이익에서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크지 않은 편이고, 배당 절벽이 발생할 땐 실적이 악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주가가 미리 하락하는 때가 잦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배당액이 2~3년 연속 급감할 땐 달랐다. 대부분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2~3년 연속으로 배당액이 감소하면 주식 투자자들은 그 기업을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회성 요인으로 배당 줄였을 때 주가의 영향은?

17일 조선비즈는 증권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과 공동으로 코스피200지수 구성 종목의 최근 10년간 배당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배당을 했던 기업이 이듬해 아예 안 하거나, 전년과 비교해 40% 이상 줄인 건수는 총 171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배당을 줄였다고 밝힌 이후 그해 주가가 하락한 것은 55% 정도인 94건이었다. 77건은 오히려 배당을 대폭 줄였음에도 그해(전년도 배당이 줄었다고 발표한 해) 주가 상승률이 좋았다. 대체로 배당이 급감한 다음 해 다시 배당을 늘렸기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5년 배당에 239억4500만원을 집행했다가 다음 해 68억9000만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다음 해 다시 345억1900만원으로 배당액을 늘렸다. 이 기간(2006~2008년) 대한항공 주가는 19.1% 상승했다. 2007년 배당에 540억원을 쓴 SK케미칼도 2008년엔 217억원까지 줄였다가 2009년 다시 1053억1100만원으로 늘렸는데, SK케미칼 주가는 금융 위기 때 1만원대까지 하락했다가 2010년 말엔 다시 6만원을 회복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투자나 일회성 손실 때문에 배당을 줄이더라도 영업 가치에 변화가 없다면 다시 배당액을 늘리게 마련이고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지 않을 때가 잦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배당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주식 투자자들이 '배당 절벽'을 큰 악재로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 절벽이 발생하는 기업은 실적이 악화됐을 때가 대부분인데, 이로 인해 배당 절벽에 따른 악영향이 주가에 먼저 반영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주당 배당액을 전년 대비 60% 줄인 800원으로 정한 KT는 지난해 주가가 11.1% 하락했다. 배당 절벽에 대한 우려가 미리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2년 넘게 배당 줄인 기업은 조심

하지만 배당이 2년 연속 급감할 땐 달랐다. 2년 연속 배당이 40% 이상 줄거나, 배당 성향이 높았던 기업이 2년 넘게 배당을 안 할 때는 약 83%의 비율로 주가가 하락했다. 전체 23건 중 19건에서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STX팬오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STX팬오션은 금융 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배당에 947억원을 썼고, 2008년엔 747억원을 집행했다. 이후로도 204억원, 164억원, 무배당으로 배당액을 지속적으로 줄였다. STX팬오션은 이 기간 91% 정도 하락했다. KPX화인케미칼도 2010년엔 57억원을 배당했다가 2011년엔 19억원으로 줄였고, 2012년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는데 이 기간 주가가 74.7% 떨어졌다.

3년 연속 배당을 줄인 기업은 4년째에도 주가가 부진할 때가 많았다. 아세아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배당을 줄였다가 2007년엔 배당을 소폭 늘렸는데, 배당을 늘린 2007년에도 주가가 부진했다. 2007년 한때 9만원을 넘었으나 연말엔 6만8000원까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