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내 이웃의 유적부터 살펴보자] [2] 석비와 통일대탑

충북 진천읍 연곡리에 가면 국가 지정 보물 제404호인 ‘진천 연곡리 석비(石碑)’ 가 있다. 기록에 보면 이 비는 고려 초에 세워졌고, 1964년에 국가 보물로 지정을 받았다. 진천지방에는 국보는 없고, 이 석비가 유일한, 국가 지정 보물이다. 이 비는 좌대가 거북 모양이고 그 위에 비신을 세우고, 이수를 올린 석비의 일반적인 형태로 비신에 비문이 새겨져 있지 않은 특이한 형태로 일명 ‘백비(白碑)’라고도 한다.

일찍이 이곳을 방문한 바 있는 노산 이은상 시인은 ‘가을을 안고’ 란, 기행문을 적은 책에서, ‘어느 서생이 글씨를 쓰려고 종이를 펴 놓았다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잠시 자리를 뜬 후, 알 수 없는 사연으로 영영 기약 없이 돌아오지 못한 것 같다’라고 백비의 사연을 적었다.

오래전 기억에 의하면, 이 비는 논 둑 위에 비각 없이 세워져 있었다. 주변에는 바위 위에 삼 층 탑이 있어 이 일대가 절터였음을 짐작게 하고 있다. 지금은 이 비가 곱게 단청된 비각에 모셔져 있지만, 비각 지붕이 낮아 비가 움츠러든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지금은 보탑사가 이곳에 세워져, 이 석비도 이 사찰과 함께 방문객이 꼭 들려보는 코스로 되어 있다.

보탑사 3층 목탑을 잠시 살펴보면 그 위용에 놀란다. 전체 높이 42.7m로 현대식 고층 아파트 14층과 맞먹는다 한다. 외형은 탑이되 내부는 3층 불당으로 황룡사 9층 탑 이래 처음인 다층 양식이라는 것이다. 못 하나 쓰지 않고 옛 목조 건축 기술을 원용하여, 내노라하는 장인들에 의하여 완성됐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1996.9.15.일자 신영훈 문화재전문위원 기록 중 발췌)

2005년 ‘통일 신라의 발자취를 따라’라는 주제하에 여행 중, 진천에 들른 조갑제 씨가 김유신 장군 생가터에 들른 후, 인근에 백비가 있고 통일대탑이 있는 보탑사에 들러 이야기한 것을 발췌하여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김유신 장군이 진천에서 태어났는데, 삼국통일의 원훈이 되었다. 김유신 장군이 태어난 이 땅에 통일대탑을 세운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경주에 통일 염원으로 구층탑을 세운 후 삼국통일을 이루었는데, 그가 태어난 이곳에 통일을 발원하여 이 통일대탑을 세웠으니, 이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기대해도 되지 않겠는가?’라고 한 다음, 백비와 연관하여, ‘통일을 이루는 날, 그 통일의 기록을 이 백비(白碑)에 새길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라고 멋있는 해석을 해놓고 있다. 

요즈음 ‘통일 대박’이라는 낱말이 많이 회자(膾炙)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꿈에도 소원’인 통일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감상적으로만 보아서도 안 되겠지만 언젠가는 맞이하여야 할 우리 민족 필생의 염원이 아니던가? 차근차근 준비하여 통일의 그 날이 오면, 오래전 통일의 그 날을 위하여 준비해 놓은 듯한 이 백비(白碑)에 ‘통일의 시’를 일필휘지(一筆揮之)하는 감격스러운 모습을 기대해 봄직도 하지 않는가?

어느 날엔가 ‘통일’이, 그리고 그리던 연인처럼 나타나 주려는가? 이제 그 시기가 되었는가? 삼국통일의 원훈인 김유신 장군 탄생지 일원에 있는 보물 ‘백비’와 통일대탑을 다시 살피며, 그 날을 기대한다. 기다린다. 통일의 염원을 잊지 않고 기대하고 기다리면 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