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 떠받치는 '큰손'은 투자신탁

외국인이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증시에선 자산운용사가 '큰손'으로 등장했다. 코스피지수가 하락하자 국내 주식형 펀드로 1조원 넘게 유입됐다. 이 자금은 올해 초 주가는 부진하지만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주로 투자됐다.

◇연기금보다 더 많이 매수한 자산운용사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 금액이 가장 많은 기관 투자자는 투신(자산운용사)이다. 자산운용사는 1월 이후 1조2178억원 순매수했는데, 이는 1조1338억원 순매수한 연기금보다 많다.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며 자산운용사가 5조3971억원 순매도했던 작년과 반대 흐름이다.

올해 한국 증시에서 두드러진 점은 외국인의 이탈이다. 지난해 하반기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4일(거래일 기준) 연속 순매수하는 등 강한 매수세를 보이며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렸지만, 낙관적인 시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에 환율 변수까지 겹치며 새해 첫날부터 외국인은 주식을 대거 팔았다. 미국의 양적 완화(채권 등을 매입해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 규모 축소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악재가 겹치며 지난 4일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보다 6.2% 내린 1886.85를 기록했다. 작년 8월 2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코스피지수 하락은 투자자들이 펀드에 관심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펀드 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로 올해 들어 총 1조701억원이 순유입됐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삼성KODEX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의 설정액이 작년 말보다 9286억원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모)'와 '교보악사파워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파생형)'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의 설정액은 821억~1516억원 증가해 뒤를 이었다.

코스피지수가 오를 때 상승률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펀드로 자금이 몰렸다는 것은 증시 상황을 낙관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노주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900선으로 하락하자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돼 설정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부진하지만 성장성 높은 종목에 투자

자산운용사는 올해 단기적으로는 전망이 좋지 않지만, 길게 보면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를 늘렸다.

올해 자산운용사의 순매수 금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2046억원 순매수한 현대차다. 신한금융지주·현대모비스·엔씨소프트·KB금융지주도 순매수 금액이 많았다. 이 종목들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작년 말보다 4.3% 상승했지만, 나머지 4개 종목의 주가는 3~16% 하락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종목들의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업종은 엔화 약세 영향을 크게 받지만, 오는 3월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 출시를 앞두고 기대감이 반영될 수 있어 주가가 더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형 제네시스 출고가 본격화되면서 현대차의 1분기 실적은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주에 대해서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수 경기가 회복되면 은행 업종은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고 대출 성장률이 높아져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도 호재다. 엔씨소프트는 중국 시장에서 '블레이드앤소울' 등 신작 게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