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방지법' 피한 편법 등장, 원천 차단 가능한 새 기준 만들 것

"이른바 '전관예우(前官禮遇)'를 차단하기 위해 고위 공직자가 퇴직한 후 일정 기간은 과거 업무와 관련 있는 자리로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잖아요. 그러자 옷 벗기 몇 년 전부터 인사·총무 같은 업무를 맡는 편법이 나오고 있어요. 아예 '재직 시 관련 업무나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지난 13일부터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을 맡은 김희옥(66) 동국대 총장은 "가장 무서운 건 역시 국민의 눈"이라며 "공직자에 대한 윤리 기준이 깐깐해지고 사회도 투명해진 만큼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위는 공직자의 재산 규모와 형성 과정을 심사하고 퇴직자의 사기업 취업 상황 등을 조사하는 기관이다.

김 위원장은 부산지검과 서울지검 검사, 대전지검장, 서울동부지검장, 법무부 차관, 헌법재판관 등 34년의 법조인 생활을 접고 모교의 요청으로 2011년부터 동국대 총장을 맡고 있다. 이후 동국대에 인문교양 교육을 담당하는 '다르마 칼리지'를 만들어 윤리교육을 강화했다. 현재 전국 대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계약사회'보다는 '연약(緣約)사회'에 살고 있어요. 친인척, 학벌, 출신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사회의 기본 정서가 이러니 공직자 윤리에 대한 시민들의 기준도 외국에 비하면 관대한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늘 경계를 늦추면 안 되는 이유죠."

김 위원장은 "그런가 하면 공직자윤리법이 개인의 헌법적 권리와 부딪히는 부분도 있다"며 "천편일률적 법 적용은 퇴직 공직자 개인 직업선택의 자유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결국 공익적 가치와 개인의 기본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 역시 우리 위원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은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2년 동안은 퇴직 전 5년간 소속 부서 업무와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는 사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년 전 그가 헌법재판관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놓고 대학 총장 자리를 수락했을 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판과 "법조인의 활동 영역을 넓혔다"는 긍정적 평가가 동시에 나왔었다. 그는 "평생 공직에 있던 몸이라 다른 길로 가기가 쉽진 않더라"며 "교육 분야의 특성상 대학 총장도 공직의 연장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