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몸살 앓는 전봇대

입춘이 지났지만, 강원도의 폭설이 겨울이다. 봄이 옴을 시샘하는가 보다. 찬바람을 막으려 옷깃을 여미어 본다.

경의선 풍산역 앞 사거리. 건널목 진입 부분에 세워진 전봇대 둥치에 각종의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예전에 붙였던 광고지는 찢어져 일부만 남아 있기도 하고 광고지는 떨어져 나가고 접착용 테이프가 너저분하게 군데군데 붙어 있다.

둥근 전봇대를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다. 사람이 많이 지나가는 곳이어서 광고의 효과가 있다고 여긴 광고주가 서로 다투어 이용한다. 거리를 청소하는 미화원은 반복되는 일에 지쳐서인지 근래에는 그대로 두고 있다. 홍보용 전단을 붙이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서인지 모른다.

전봇대는 광고물로 몸살을 앓는다. 전봇대에 붙은 광고물이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며 길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으려는 듯 보인다. 몸부림을 친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는 개인이나 업체의 안간힘이 전봇대에 붙어 있다. 한 장의 사진에 담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