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말한다. 걷기란 명상과 같다고. 두 발이 분주히 움직일수록 마음이 평화롭고 단단해지는 상태. 몸만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까지 굳건히 하는 게 바로 걷기다. 이제 곧 봄이 오면 길가의 만발한 꽃과 풀을 친구 삼아 걸어도 좋으리. 서울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봄에 걷기 좋은 길 몇 곳.
북서울꿈의숲
Ⓒ북서울꿈의숲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은 화려한 왕벚나무를 감상하며 걷기에 좋은 곳. 연분홍색 벚꽃이 월영지, 월광폭포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 또한 공원 내 창포원에서는 화려한 창포꽃을, 초화원 주변에서는 수만 종의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다. 전통한옥을 중심으로 칠폭지(7개의 작은 폭포가 있는 연못)와 정자가 조성돼 있어 걷는 맛을 더한다. 걷다 지치면 미술관과 아트센터, 레스토랑 등 다양한 부대시설에서 각종 문화체험을 즐기는 것은 물론, 아트센터 옆 전망대(해발 139m)에서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남산, 한강 등을 조망해도 좋다.
허브천문공원
Ⓒ허브천문공원
개나리, 벚꽃, 철쭉 같은 흔한 꽃 외 색다른 꽃을 감상하며 걷고 싶다면? 강동구 허브천문공원에서는 포피, 라벤더 등 167종 4만1600여 본의 다양한 허브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원 동쪽엔 새벽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서쪽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관찰대가 있어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허브천문공원에서는 밤 산책도 가능하다. 공원 바닥 곳곳에 282개의 오색 별자리 조명을 설치, 쌍둥이자리·사자자리 등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별자리를 연출한다. 부부가 함께 걷는다면 특별한 데이트가 될 것이다.
홍릉수목원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은 동대문구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다. 44만㎡ 면적에 1200여 수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꽃, 풀을 만날 수 있다. 무성한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아담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걷다보면 금세 심신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관리하는 연구 중심 수목원으로 토‧일요일 주말 낮(오전 10시~오후 5시)에만 이용이 가능하다. 관람료는 무료.
봉산숲길
봉산숲길은 은평구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5번 출구)에서 출발해 가볍게 땀이 배어날 때까지 걷다 보면 봉산능선을 만나게 된다. 그곳 능선을 넘어 수국사를 거쳐 구산역으로 내려오는 길이 일품이다. 이 코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숲길로 이어져 있다. 소나무, 잣나무, 그리고 팥배나무가 늘어선 길을 걷다보면 상쾌한 봄내음을 만끽하게 된다. 참고로 법당 안팎을 모두 금으로 칠했다고 해 ‘황금사찰’로도 불리는 수국사는, 그 화려한 별칭과는 달리 아담하고 고즈넉한 옛 산사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궁산공원
개나리, 진달래가 만개한 꽃길도 걷고, 선조의 숨결이 서린 문화유적지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강서구에 위치한 궁산공원. 삼국시대 백제의 성터인 양천고성지와 서울 유일의 향교인 양천향교,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이 현감으로 재임하며 날마다 올라 산수화를 그렸다는 소악루가 있다. 완만한 산길을 따라 정상까지 걸어가면 한강과 행주산성, 하늘공원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책로 곳곳에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간단한 체력 단련 운동도 가능하다.
30분 산책 기술
일본의 저술가 사이토 다카시는 저서 <흩어진 마음을 다스리는 30분 산책 기술>에서 걷는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를 다카시는 이렇게 설명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은 하루 중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를 건강을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몸이 무거워지고 하반신의 힘이 약해진 뒤에는 걸어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일!, 일!,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제부터는 걷는 것도 일종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자신의 인격이나 경험, 지식 같은 것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나빠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끈덕진 집요함 같은 것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만일 나이를 먹어도 ‘내겐 아직 이런 끈덕진 집요함이 있다’라고 느낄 수 있다면 자신감도 줄어들지 않는다.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보면, 마침내 나만의 걷기가 완성된다. 걷기를 통해 자기 안에 끈덕진 마음가짐이 있음을 느끼면 인생을 더욱 충실하게 살아갈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