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기운이 없거나 몸이 피로할 때 챙겨 먹는 음식. 이른바 ‘건강식’. 누구나 자신만의 건강식 하나쯤은 갖고 있다. 그것이 비록 아주 평범한 것일지라도. 문득 궁금해진다. 원기 충전이 필요할 때 남들은 대체 뭘 먹는지.
오장근 | 한국신기술연구소장
오장근(61) 소장은 첨단과학 분야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베테랑 발명가. 지금껏 그의 손을 거친 발명품은 70종이 넘고, 그중 30여 종의 발명품 앞에는 ‘국내 최초’라는 수식이 붙는다. 1980년대부터 국내 최초 패러비행기, 에어보트, 인간동력항공기 등을 제작했다. 최근까지 ‘스파이더맨 실험 로봇’ 등을 만들며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는 그의 배후는 다름 아닌 배추쌈.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집에서 아내가 직접 담근 생된장에 신선한 배추를 싸 먹으면 입맛이 돌고 힘이 솟는다.” 그러니 오 소장의 식탁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배추쌈이 오를 수밖에. 예순이 넘도록 어떤 성인병과도 무관한 오 소장은 육식은 좀체 즐기지 않는다고. 닭고기나 돼지고기는 일절 먹지 않고 소고기만 먹되 그 역시 한두 달에 한 번꼴에 지나지 않는다.
배추쌈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C와 신진대사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B1, B2, 그리고 칼슘, 칼륨, 베타카로틴 등이 골고루 함유된 배추는 영양 밸런스가 뛰어난 식품으로, 면역력 향상에 이롭다.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김장철에 난 배추가 맛이나 영양이 가장 좋다.
양회곤 | 대한스포츠항공협회 사무처장
20년의 경량항공기 조종 경력을 자랑하는 양회곤(50) 사무처장. 최근엔 비행하는 시간이 월 2~3시간으로 많이 줄었지만, 경량항공기 조종에 도전하는 이들과 함께 비행장을 찾는 게 그의 주 일과다. 늘 항공기와 함께인 그는 체력적 부담을 느낄 때마다 추어탕을 찾는다. “항공기 조종이라는 것이 얼핏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그러다 보니 비행하는 이들은 몸을 잘 챙길 수밖에 없다. 대부분 고단백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다.” 양 사무처장이 선호하는 추어탕은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 그는 “근력 및 집중력 강화에 좋은 것 같아 일주일에 2~3번은 찾아 먹는다”고 말한다.
추어탕 추어탕의 미꾸라지에는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 비타민A·B·D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지친 몸을 회복하는 데 으뜸이다. 예부터 정력을 돋우는 강장제로 손꼽혀왔다. 미꾸라지는 찬 바람이 솔솔 부는 가을이 제철이며, 몸통이 굵을수록 맛이 좋다.
문찬호 | 기타메이커?문기타 대표
문찬호(45) 대표가 30대 후반부터 꾸준히 복용하는 식품은 홍삼. 외국 출장 시에는 캡슐로 된 제품을 따로 구매해 챙길 정도다. 홍삼을 복용하면서 면역력이 증대되는 걸 체감하기 때문. 업무 특성상 육체적 소모가 큰데도 잔병치레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수년간 악기무역업에 종사하다 3년 전 국내에선 아직 미개척 분야인 기타메이커에 도전, 현재 ‘문기타’란 이름의 공방을 열고 기타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 문 대표. 자신의 손으로 직접 기타를 만드는 일은 오랜 꿈이기도 했다고. “건강의 중요성을 미리부터 생각해왔다. 건강해야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서 여든이 넘어서까지 기타를 만들고 싶다.” 동안 외모를 자랑하는 문 대표의 또 다른 건강 비결은 많이 걷는 것. 걷기 위해 최소한의 교통편만 이용한다. 식사는 채식 위주의 저염식을 추구하고, 커피나 음료는 일절 마시지 않는다.
홍삼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건강기능식품 홍삼은 면역력 증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기 등 잔병치레는 물론 각종 성인병과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이 외에 피로 개선, 혈액 흐름 개선, 기억력 개선, 항산화 등 우수한 효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검증된 바 있다.
이혜정 | 더 밸류 에듀 대표
이미지메이킹 및 취업교육 전문기업 ‘더 밸류 에듀?를 이끌고 있는 이혜정(35) 대표. 이미지메이킹과 비즈니스 매너, 커뮤니케이션 등을 주제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대표의 건강식은 소고기. 부위를 특별히 가리진 않지만 주로 등심이나 안심을 구워 먹길 즐긴다. 과거 몇 년 동안 항공 승무원 생활을 한 이 대표는 현역에 있을 당시 근육통이나 스트레스성 안면마비로 적잖이 고생했다. “당시 다니던 한의원에서 돼지고기나 오리고기, 닭고기 같은 기름기 많은 육류는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래서 택한 게 소고기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어김없이 소고기를 찾는다.” 일주일에 2~3번 정도 소고기를 먹는다는 그녀. 먹은 후에는 효과를 확연히 느낀다. “소고기는 확실한 에너지원이 된다. 근육통 등의 통증이 사라지고 단번에 몸이 거뜬해진다.”
소고기구이 고기를 섭취할 때는 지방을 피해 단백질이 깃든 살코기 위주로 먹는 게 좋다. 소고기라면 안심, 등심, 우둔(엉덩이살)이 여기에 해당된다. 보통의 경우 마블링이 많은 부위를 선호하기 마련이지만 마블링은 몸속에 고스란히 쌓이는 포화지방산. 맛은 좋지만 건강에는 결코 좋지 않다.
김현중 | 양문출판사 대표
1996년 창립 이후 자연과학, 환경과학, 인문학 등 150여 종의 도서를 출간한 양문출판사. “어디에 내놓아도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출판에 임하고 있다”는 김현중(46) 대표의 건강식은 산채나물. “너무 피곤해 입맛마저 잃었을 때 산채나물은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그 안에 깃든 각종 영양소가 몸을 보충해 외려 고기보다 훨씬 든든한 느낌이 든다.”
최소 2주에 한 번꼴은 반드시 나물 음식을 챙겨 먹는다는 양 대표는 되도록 제철에 나는 산채나물을 선호한다. 곧 다가올 봄이라면 냉이, 달래, 두릅, 곰취와 같은 것이 두루 그의 식탁에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양 대표는 ‘음식만으로는 결코 건강을 챙길 수 없다’는 주의다.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이라도 꾸준히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
산채나물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갖춘 산채나물은 약재의 효능이 있다. 봄에 만날 수 있는 두릅에는 사포닌이 다량 함유되어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신경을 안정시키고 혈액순환을 돕는 역할도 한다. 이 밖에 냉이는 소화기관을 보하고, 곰취는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