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의 눈물

은(銀) 가격이 3년째 부진하다. 하락하는 은 가격은 은을 기초 자산으로 활용한 DLS(파생결합증권)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DLS는 ELS(주가연계증권)와 비슷한 상품이다.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DLS의 경우 기초 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을 밑돌지 않으면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받을 수 있다. ELS보다 기초 자산으로 활용되는 상품이 다양한 편이다. 금, 은, 국제 유가, 옥수수, 콩과 같은 원자재와 금리, 환율, 신용 등을 기초 자산으로 사용한다.

은 가격은 2011년 4월 고점을 찍고 계속 부진하다. 올 들어서는 반등하고 있지만, 금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지 않다. 2011년 발행된 원금비보장형 은 DLS는 대부분 손실 상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2년 발행 규모가 너무 컸던 탓에 내년엔 더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계속 부진한 은 가격

26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1년 발행된 은 DLS는 대부분 손실 상환이 예정돼 있거나 확정됐다. 국내에서 DLS를 가장 많이 발행하는 대우증권은 2011년 발행한 은 DLS가 모두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원금보장형태인 330회, 514회 등은 목표 수익률이 8~11%였지만 모두 원금만 돌려줬다.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873회는 8% 수익률을 목표로 2011년 9월 발행됐는데, 대략 20%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증권 외에도 우리투자증권, 동부증권의 은 DLS가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1년만 해도 DLS 시장이 크지 않아 은 DLS가 많이 발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 감독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1년 은 DLS는 600억원어치 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내년이다. 2012년엔 은 DLS가 무려 1조원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 은 DLS가 많이 나온 것은 당시 은 값이 2011년보다는 많이 하락한 영향이다.

국내 증권사가 사용하는 은 지표는 주로 런던금시장연합회(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의 은 가격 지수인데, LBMA 은 가격 지수는 2011년 4월 4870까지 올랐다가 2012년엔 300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2012년 은 가격이 2011년과 비교하면 30% 정도 하락했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보고 증권사들이 대규모의 은 DLS를 발행한 것이다.

하지만 은 가격은 증권사의 기대와 달리 계속 부진하다. 지난해 5월 은 가격 지수가 1861까지 하락했던 만큼, 2012년 발행된 DLS 중 일부가 이미 손실 확정됐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1조원 넘게 팔린 은 DLS 중 원금 비보장형은 절반가량이며, 대략 1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DLS 자산, 종목보다 들쑥날쑥

전문가들은 수익률만 보고 DLS에 가입하는 것을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지수나 종목은 일반 투자자라도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이 잘 팔리면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식이다.

하지만 원자재나 신용, 금리, 환율은 전문가들도 거의 맞히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고 들쑥날쑥 움직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농산물 지수만 봐도 투기 자본 유입에 따라 50% 넘게 변동하는 일이 잦다"며 "이를 기반으로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상당히 많은 피해 사례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PB는 "아무래도 DLS가 ELS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편인데, 무조건 수익률만 따지지 말고 손실을 보게 되는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기초 자산의 향후 전망까지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LS(파생결합증권)

자산의 가격이 미리 정해진 조건에 맞게 되면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ELS는 종목이나 지수를 기준으로 조건을 삼지만 DLS는 금·은·유가 등을 기준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