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원자재 가격 오름세

원자재 시장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대립 사태에 금과 유가, 곡물 가격이 한때 급등하면서, 원자재 시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례적인 우크라이나 사태가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각) 24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종합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지수는 전날보다 1.6% 오른 660.22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9일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S&P GSCI는 유가의 비중이 큰 편이다. 다른 원자재 지수는 대부분 최근 1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자원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립이 직접 요인이지만 작년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 근본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별개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가와 곡물 가격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지 않는 한 일시적인 급등 현상으로 분석된다.

◇안전자산 선호에 금값 상승

3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날보다 2.2% 오르며 지난해 10월 이후 약 넉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충돌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안전자산 수요가 몰린 것이다.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하던 금값은 연초 이후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의 금 수요가 늘어난다는 소식에 반등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정책을 축소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금값은 다시 꿈틀거렸다.

올 들어 금값은 10% 넘게 올랐다. 금뿐만 아니라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등 안전자산이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석진 원자재 해외투자연구소 소장은 "최근 금값은 우크라이나 사태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경기 둔화나 신흥국 위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며 안전자산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곡물값 폭등 일시적일 수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도 뛰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지정학적 관계 때문이다.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3%, 영국 런던석유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1.7% 상승했다. 러시아산 가스 가격은 유가에 연동돼 움직이는데, 가스 수급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의 주요 천연가스 공급 국가로 대부분 우크라이나 송유관을 통해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곡물 가격도 덩달아 급등했다. 동유럽 곡창지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지역에 피해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5월 인도분 가격은 4.9% 오르며 지난 2012년 9월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옥수수 5월 인도분 가격은 1.5% 상승했다. 밀과 옥수수는 대체재 관계인데 우크라이나는 두 곡물의 세계 수출국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자재값이 단기간 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가는 통상 중동 산유국 이슈로, 곡물값은 대개 기상 요인에 따라 수급이 결정되고 가격이 움직이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부증권의 유경하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추가로 심화되지 않는 한 유가와 곡물 가격 모두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 빠지는 원자재 펀드

최근 가격 폭등에도 원자재 펀드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2년간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국내 원자재 인덱스펀드에서는 각각 868억~874억원이 유출됐다. 연초 이후에도 42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수익률은 5.7%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