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섬 퇴출 충격 씻고… 中기업 국내 상장 움직임

증권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이들을 괴롭혀 온 '차이나 디스카운트(중국 기업을 낮게 평가하는 것)' 현상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회계 자료를 공개하는 등 상장 제도를 보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개별 업체의 실적이 개선되는 등 호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는 3년 만에 중국 기업을 다시 국내에 상장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드러진 주가 상승…中 기업 재평가 움직임

국내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올 들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씨케이에이치가 108% 오른 것을 비롯해 차이나그레이트가 93%, 차이나하오란이 40% 상승했다. 완리와 에스앤씨엔진그룹도 30%가량 주가가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주가 상승의 첫째 요인으로 '차이나 디스카운트' 현상의 해소를 꼽고 있다. 지난 2011년 중국고섬유한공사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2개월여 만에 회계 부정으로 거래가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당시 공모주를 떠안았던 KDB대우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큰 손해를 봤다. 투자자들은 이후 중국 업체에 대한 투자를 꺼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회계 자료를 공개하기로 하는 등 중국이 상장 심의 제도를 보완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을 바라보는 국내 투자자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업체들의 주가가 수직 상승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 6개월간 빕샵이 290%, 텐센트가 74% 올랐고, 500.com과 58.com은 지난해 기업 공개 이후 각각 127%, 119% 상승했다.

씨케이에이치의 경우 주당순이익을 표시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4.8배로, 동종 업체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인 25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은 수치가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된 것이다. 6월 결산법인인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7~12월) 영업이익이 474억원으로 2012년 같은 기간보다 8.8%, 매출액은 12.9% 증가한 1426억원을 기록했다. 차이나그레이트 역시 주가수익비율이 4.9배로 동종 업체 평균(11.2배)에 비해 낮고,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2% 증가하는 등 호재를 전했다.

◇中 기업, 국내 증시 상장으로 이어질까

이런 주가 상승은 국내 증시에 중국 기업을 상장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국내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11년 6월 완리가 마지막이었다.

현재 중국 국영기업인 베이징퉁런탕(北京同仁堂)이 한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매출액만 1조원이 넘고 영업이익은 2000억원가량인 중국의 대표적인 제약업체로, 만약 상장이 이뤄지면 중국 국영기업이 홍콩 외에 해외에서 상장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다만 이 기업은 아직 중국 CSRC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신한금융투자가 완구업체 헝성(恒盛)과 주관사 계약을 맺고 상장을 추진 중이고, 화장품을 제조하는 하이촨(海川)약업도 국내 증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대부분 규모가 작은 만큼, 투자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회계 불신이 아직 완전히 가셨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증권사 등에서 발행하는 리포트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