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통해 쌓은 학문적 성과, 中企에 적용하려고 센터 세워"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세계 6위권,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는 세계 2위권입니다. 공대도 상당한 연구개발비를 쓰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우〈사진〉 서울대 공대 학장은 'SNUe 컨설팅센터'를 출범시킨 배경에 대해 "그동안 연구를 통해 쌓은 학문적 성과를 산업 현장에 적용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6일 말했다.

SNUe 컨설팅센터는 '대학과 산업계의 시너지'라는 목적만 놓고 보면 기존의 산학(産學)협력단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이 학장은 "산학협력단은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보니 산업 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SNUe 컨설팅센터는 자발적 수요에 의해 상향식(bottom-up)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차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는 산학협력 성과를 교수 평가에 반영해 기업과의 협력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 학장은 "협력 성과를 급조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도록 평가 지표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논문이나 특허처럼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없는 협력 성과를 평가에 반영하는 방법 등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중소기업들이 부담하는 기술자문료를 최소화해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이 학장은 "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청과 연계해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바우처(voucher·이용권)를 발급하고, 중소기업이 바우처를 내고 기술 조언을 받으면 나중에 컨설팅센터가 정부에서 환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컨설팅센터를 통해 기술 감정(鑑定)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들 사이에 기술 도용 논란이 벌어졌을 때 도용 여부를 가리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술적인 문제점이 원인이 됐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설립 추진 중인 공학전문대학원에 대해서는 "현재 학교 당국과 정부를 상대로 설립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서울대 안에 새로운 기관을 만들려면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문대학원 설립으로 공대 전체의 정원이 늘어날 경우 정부의 승인도 필요하다. 이 학장은 "정부에서 정원 확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공대 일반대학원의 정원을 활용해서라도 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