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는 이중섭, 50대는 김기창… 세대 따라 그림 취향 달랐다

10대는 이중섭, 30대는 김환기, 50대는 김기창…. '명품 종합세트'에서 발견한 단 한 점의 그림은 세대별로 달랐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관람객 500명을 대상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그림'을 물었더니, 세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전체 1위는 이중섭(李仲燮·19 16~1956)의 '황소'(1953년경·개인 소장). 붉은 노을을 바탕으로 울부짖는 소를 그린 이 강렬한 그림은 10대들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20대는 몽환적 느낌을 자아내는 박성환(朴成煥·1919~2001)의 '망향'(1971)을 첫손에 꼽았다. 항아리를 이고 있는 여인을 화면 전면에 수직으로 길게 처리해 평면성이 두드러진 작품. 황해도 출신의 화가는 떠나온 고향에 대한 아련함을 붉은 계통의 색채와 두텁게 칠한 물감의 질감으로 빚어냈다. 관람객 이정현(23)씨는 "처음엔 항아리를 머리에 얹은 여인밖에 안 보였는데 자세히 보면 다른 여인들과 강아지 등이 하나씩 드러나는 신기한 그림"이라고 했다.

30대가 선택한 그림은 김환기(金煥基·1913~1974)의 '산월'(19 58). 한국의 달항아리, 기와의 문양이 연상되는 간결한 그림이다. 진한 선으로 중첩해 그린 산과 바위, 화면 아래 둥그런 달이 푸른색 색감과 잘 어울린다.

40대 관람객은 장욱진(張旭鎭·1917~1990)의 '가로수'(1978)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휘청거리는 나무 위에 집 몇 채가 올라가 있고, 그 아래 소와 개를 거느리고 산책 나선 가족의 모습을 천진난만한 필치로 그렸다.

50~65세는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1913~2001)의 '아악의 리듬'(1967)을 1위로 꼽았다. 화가는 마치 순간적으로 사진 촬영을 한 것처럼 연주자들의 모습을 흔들리듯 율동감 있게 그려냈다. 청각장애인이었던 운보가 색채와 선의 울림으로 진동을 만들고 소리를 시각화한 것. 관람객 조서연(60)씨는 "빠르고 격정적인 붓놀림이 시선을 확 끌었다. 제목처럼 아악의 '리듬'이 눈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66세 이상 관람객의 뇌리에 남은 작품은 '한국 인상주의의 선구자' 오지호(吳之湖·1905~1982)가 그린 '남향집'(1939)이다. 인상주의의 토착화를 꿈꿨던 화가는 자신이 살던 개성 집의 오후를 밝고 명랑한 색조로 그려냈다. 청명한 공기와 투명한 빛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함께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30일까지 계속된다. 지난해 10월 29일 개막해 9일까지 관람객 31만3400명이 들었다. 서울 전시가 끝나면 부산시립미술관 3층 전시실에서 4월 8일부터 7월 6일까지(휴관 없음) 이어질 예정이다. 부산전 개막식은 4월 7일 오후 5시 열린다. 관람료 성인 6000원, 초·중·고생 3000원.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