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波보다 위험한 일교차… 체온 지켜야 病 막아

초봄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환절기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1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12도로 예상돼, 일교차가 13도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한낮 기온과 아침·저녁 기온이 20도 이상 벌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경남 진주의 경우 11일 일교차가 22도, 세종시는 21도 등으로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일교차가 크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등 각종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고, 고혈압 등 각종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온 1도 떨어지면 면역력 30% 저하"

환절기에 병을 얻기 쉬운 이유는 면역력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갑자기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 정도 저하된다. 배근량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은 "한겨울엔 옷을 많이 입고 나가서 적응하기 쉽지만, 환절기엔 한낮 기온에 맞춰 옷을 입고 나갔다가 아침·저녁에 체온이 떨어져 한기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도 많아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독감) 환자 수는 다소 줄어드는 추세지만 2월 말 현재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45.2명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높은 수준(유행 기준 12.1명)을 유지하고 있다. 감기 바이러스도 현재 유행 중이다.

고혈압 등 혈관 질환을 앓는 사람은 환절기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보통 한낮과 아침·저녁 기온이 10도 이상 벌어지면 혈압이 13㎜Hg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용석 보라매병원 뇌졸중센터장은 "환절기엔 평소 잘 치료됐던 고혈압 환자도 혈압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얇게 입고 방심하면 뇌경색·뇌출혈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온 유지'가 가장 중요"

환절기에 가장 중요한 건강관리법은 '체온 유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일교차가 큰 북유럽 등에선 체온 유지를 위해 허리에 겉옷을 두르고 나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며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 체계가 악화될 수 있으니 여벌 옷을 챙겨 외출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특히 노인들은 기온이 낮은 새벽엔 운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환절기엔 감기·독감 환자가 많기 때문에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손을 씻을 땐 물에 대충 비비기만 하지 말고 비누를 묻혀 구석구석 닦아야 한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엔 한 손에만 세균이 6만 마리 정도 살기 때문에, 자기 손만 잘 씻어도 감기 등 감염성 질병의 60%는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평소 면역력을 길러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규칙적으로 기상하고, 체력에 맞는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봄철엔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고, 수분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보건 당국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2일과 13일에는 전국 곳곳에 비가 오는 곳이 많아 일교차는 다소 줄 전망이다. 그러나 주 후반부터 다시 일교차가 벌어지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진호 기상청 통보관은 "봄철엔 낮에 햇볕이 강해 기온이 빨리 올랐다가, 밤에는 복사냉각(輻射冷却·지표면 열이 급격히 빠지는 현상)이 일어나 기온이 떨어지는 등 일교차가 큰 특징을 보인다"며 "이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는 4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