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12 01:36

서울시 룸셰어링 프로그램 인기

"할머니, 저 왔어요. 좋은 냄새가 나는데요?"

"아이고, 공부하느라 고생했네. 고구마 삶아 놓았으니 살살 까먹어."

지난 6일 오후 하교한 서울 광운대 신입생 김기찬(20)씨가 큰 소리로 인사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를 맞은 사람은 집주인 이은자(71) 할머니. 둘은 지난 2일부터 한집에 살고 있다.

충남 예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기찬씨는 빈방을 알아보다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노원구가 운영하는 '룸 셰어링'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빈방이 있는 집에서 홀로 사는 노인과 살 집을 구하는 대학생을 싼값에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울 월계동 아파트에서 룸 셰어링을 하는 대학생 김기찬씨가 집주인 이은자 할머니와 즐겁게 대화하고 있다
서울 월계동 아파트에서 룸 셰어링을 하는 대학생 김기찬씨가 집주인 이은자 할머니와 즐겁게 대화하고 있다. /노원구 제공
김씨가 다니는 학교 주변 방세는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세가 보통 50만원을 넘을 정도로 비쌌다. 이에 비해 노원구 월계1동의 이 할머니 집은 보증금도 없고 방세도 25만원에 불과했다. 기찬씨를 룸메이트로 맞은 할머니는 "방값으로 용돈도 벌고, 손자 같은 학생이 들어와 사니 적적하지 않아 좋다"고 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독거 노인이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학생이 도움을 줄 수 있고, 홀로 지내면서 우울증에 걸릴 일도 적어질 것"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는 복지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혼자 사는 것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노원구의 룸 셰어링 프로그램은 작년 가을 처음 도입돼 이번이 두 학기째다. 세를 놓겠다고 신청한 시니어 가구가 지난 학기 14곳에서 이번 학기 19곳으로 늘었다. 이번 학기엔 한 집에 2명 이상 대학생이 세 들어 사는 곳도 있어 대학생 세입자 수는 총 22명이며, 입주 경쟁률이 3대1을 넘길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박은철 박사는 "공공 기관이 집주인과 세입자 간 신뢰를 보장해 참여율이 높다"고 분석하면서 "'상생'으로 독거노인, 주거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룸 셰어링의 효과를 지켜본 서울시내 다른 지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학이 몰려 있는 서대문구·성북구 등에서 관심을 보이자 서울시가 회의를 열어 노원구의 성공 사례를 다른 자치구들과 공유했고, 예산 지원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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