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3.13 04:00

[그 섬에 가고 싶다. 다도해 기행] (9)비금도·도초도

비금도의 대동 염전. 비금도에서 천일제염이 성공하자, 주민들이 모두 나서 바다를 막아 염전을 만들었다.
비금도의 대동 염전. 비금도에서 천일제염이 성공하자, 주민들이 모두 나서 바다를 막아 염전을 만들었다.
전남 신안군 압해도 송공항에 차도선이 닿았다. 차를 싣고 나서 2층 선실로 올랐다. 제법 바람이 불었다. 신안은 섬으로만 이뤄진 다이아몬드 모습. 배는 다이아몬드 왼쪽 꼭짓점을 향해 바람을 가르기 시작했다. 한 시간 반이었다.

다이아몬드 안의 바다는 내해(內海). 비금도와 도초도 사이를 뚫고 서남해 쪽으로 계속 나간다면 외해(外海)로 접어드는 것. 외해에 대해, 섬사람들은 "사납다"고 했다. 두 섬을 잇는 다리는 '서남문 대교'. 통일신라 최치원이 이곳을 지나 흑산도를 거쳐서 간 흔적이 설화로 전하니, 예부터 국토의 '서남쪽' 관문이었다.

비금도 가산 선착장에 내렸다. 바람이 보통이 아니었다. 깊게 들이마셨다. '시금치의 섬'답게 곳곳이 푸르렀다. 이 섬의 논밭에 자라는 시금치들은 거센 바람에 바짝 엎드려 있었다.

지당리 해변은 고운 모래가 십리였다. 함께 간 일행은 "확 트이네"라고들 했다. 하얗게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모래는 무궁한 세월 속에서 다듬어져 왔겠다 싶었다. 바람 소리에 귀가 윙윙거렸다. 그 바람을 풍력발전기 석 대가 맞고 있었다. 최치원은 이 바람과 파도를 이기며 서해를 거슬러 올라 중국으로 갔으리라.

이 '바람의 섬'은 또 '자부심의 섬'.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 있기 때문. 바람과 햇볕은 하늘의 심부름꾼들. 이 천사(天使)들의 작품이 천일염이다. 광복 이후 호남에서 가장 먼저 천일염을 만들어낸 곳이 비금도. 그때까지는 바닷물을 불로 증발시켜 소금을 얻어내고 있었다. 화염보다 천일염이 훨씬 기술력이 필요하고 생산성도 높다. 이곳 제염술이 곳곳으로 퍼졌다. 그래서 신안이 천일염의 주산지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천일염)도 갯벌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보다 게르마늄 성분이 훨씬 많다. 비금도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비금도 위치도

비금과 도초에는 또 시금치가 있다. 추위를 이겨낸 배추가 달듯 바람과 해풍을 이겨낸 시금치는 별미. 유달리 이곳에선 시금치를 '섬초'라 부른다. "그냥 시금치가 아니여. 달디단 섬초여!" 맛이 좋고 가격도 좋으니 귀한 소득원. 문화관광 해설사 최향순씨는 "섬초를 내느라 쉴 틈이 없다"며 "소금도 금이요, 시금치도 금이라"고 했다.

또한 '민속의 섬'. 남녀가 서로 '만남'을 갖기 위해서 함께 뛰면서 땀을 흠뻑 흘리는 '뜀뛰기 강강술래'가 남아 있다. 고대 선조들이 즐겼던 '엑스터시'의 잔영. 석장승이 곳곳에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목포여객터미널과 신안송공항에서 비금도를 오간다. 차를 싣는 차도선(목포 2시간30분, 송공항 1시간30분)과 쾌속선(50분)이 있다. 송공항은 목포와 압해도를 잇는 압해대교를 건너가야 한다. 목포여객터미널에선 운항편수가 많지만, 송공항에선 하루 두 번. 비금도에 택시가 있어 다리로 이어진 도초도를 오간다. 신안군 문화관광과 (061)240-8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