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진 맘대로 가져다 쓰세요… 대신 기부도 많이들 해주세요"

"통일이 되면 하나가 되어 미래 한국을 이끌 북한 어린이들을 돕자는 뜻에서 마련했습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기부금 마련을 위한 꽃 사진전을 열었다. 주제는 '꽃이 사랑이다'. 수익금은 모두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풍진 예방접종비로 쓰인다.

박 회장은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에서 한라산까지 전국의 산과 들을 다니며 찍은 야생화 사진 59점을 액자에 담아 전시했다. 그는 "찍은 꽃을 모두 내걸 순 없어서 야생화 사진 5000장을 담은 이동식 메모리 기기(USB)도 준비했다"며 "사진작가가 아니어서 저작권 주장도 못 하니, 마음에 드는 건 얼마든지 복사해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대신 기부를 많이 해 북한 어린이 건강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박 회장은 2011년엔 유진룡 당시 을지대 부총장(현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북한 어린이 간염 백신 접종을 위한 사진전에 다른 미술작가들과 함께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꽃 사진들을 출품했다. 그때 내놓은 사진은 미 스탠퍼드대 초빙교수 시절에 캘리포니아 일대를 돌아다니며 찍은 야생화였다. 그런데 당시 전시회를 주관했던 북한 지원단체 '봄'으로부터 가격이 비싼 풍진 백신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번에 한국에서 찍은 야생화 사진들을 기부용 전시작으로 내놓았다.

박 회장은 "백수 시절 찍었던 사진들이 북한 어린이 건강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니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마친 뒤 2년가량 쉬면서, 미국과 한국에서 야생화를 사진에 담으며 소일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자신의 꽃 사진을 USB에 담아 선물하곤 했다.

그에게 북한 어린이는 각별하다. "2005년부터 2년간 남북경협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 북한에 여러 번 갔지요. 한번은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전람관을 찾았는데, 그곳에 온 초등학생들의 야윈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다시 만날 땐 건강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갤러리 나우에는 꽃 사진 외에 북한 어린이들이 백신 예방접종을 받고 있는 동영상이 디지털 액자를 통해 상영되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나무를 사진에 담고 싶다고 했다. "올 11월에 은행연합회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자유인이 됩니다. 수백년 된 나무들을 찍으러 다닐 겁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소중한 나무들이 태풍이나 벼락을 맞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나무들의 초상을 찍는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