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Tree] '부동산不敗' 잊어라… 은퇴대비 집 비중 줄이고 주택연금 활용을

30~40년 전 도심 한쪽 달동네 셋방살이에서부터 시작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집은 곧 부(富)의 상징이었고, 불패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부동산에 자산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도 시대의 흐름 속에 중대한 변화기를 맞고 있다. 저성장·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데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물결도 시작되면서 과거와는 부동산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

또 다른 변수는 국민소득이다. 어려운 환경에도 우리 경제는 3~4년 후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득 1만~2만달러 시대가 '자산 축적의 시대'라면, 소득 3만~4만달러 시대는 '자산 관리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00년 인생의 행복한 노후 만들기에서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는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을 통한 압축적인 자산 형성을 경험했던 세대에게 부동산 시장은 향수 그 자체다. 이제는 다시 돌아오기 힘든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은퇴 이후에 큰 곤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에서 매매를 통한 시세 차익이나 고수익을 기대하긴 더 이상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자본이득(Capital Gain)이 아니라 소득이득 (Income Gain), 즉 임대 소득을 추구하려는 경향으로 바뀌어 간다.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수익형 부동산으로 안정적 소득을 유지하고자 한다. 또 인구 감소와 1~2인 가구 중심의 인구 변화는 주거 문화를 아파트 일변도에서 스마트한 소형 주택 시대로 이끌 것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을 사는 것(Buying) 아닌 사는 것(Living), 즉 소유보다는 사용자 중심의 거주나 임대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고연령층일수록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노후 준비를 위해 반드시 부동산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해하고 길어진 노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은퇴 준비의 첫 단추는 과도한 부동산 비중 축소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자산 중에서 부동산의 비중은 68%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실물자산 비중이 30~65%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가계의 실물자산 비중은 과도하게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영국이 51%, 미국이 30%이고,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전 65%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41%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요 선진국은 소득 2만달러 달성 이전에 이미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 감소 현상을 경험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추세가 굳어지는 현상과 맞물려 은퇴 인구가 많아질수록 노후의 부족한 생활비나 긴급 자금 마련을 위해 선진국처럼 가계 자산 구성이 실물 위주에서 금융 부문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게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국내 60대 이상 고령가구가 보유한 자산 중 80% 이상이 부동산 자산이고, 금융자산은 16.1%에 불과하다. 정기적 자산 재평가를 통해 과감히 부동산을 다운사이징함으로써 부동산 자산의 비중을 60% 이하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은퇴 후 부족한 소득, 부동산을 활용해 보완하는 적극적 자세 필요

그럼에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부동산을 빼놓고는 노후 준비가 버거운 게 현실이다. 최근 가입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주택연금은 이런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 평균 연령은 71.4세, 평균 주택 가격이 2억7500만원 수준으로 이들이 월평균 받는 연금이 90만원 수준이다. 주택연금 가입자 월평균 수입의 70%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살던 집에서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고, 자식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도 가능한 것이 주택연금의 장점이다. 무엇보다 자녀가 상속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동의를 해줘야 부모의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조정하여 부채 부담을 줄이고, 남은 자금으로 부족한 연금을 보완하면서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도 있다. 소형 위주의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섣부른 투자는 삼가고 입지나 실질 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거시경제 상황이나 시중 자금의 움직임, 주거 트렌드 등을 감안한 다양한 부동산 자산 관리는 다가올 소득 3만달러 시대의 은퇴 설계에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