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리는 운현궁

조선 고종이 태어나 자란 곳이자 흥선대원군의 섭정 정치 현장이었던 운현궁(雲峴宮·사진)이 올해부터 일반에 무료 개방된다.

서울시는 문화재보호 조례가 일부 개정되면서 사적 제257호 운현궁을 오는 20일부터 모든 관람객에게 무료로 개방한다고 16일 밝혔다. 그동안 운현궁은 서울시 소유 문화재인 경희궁, 남산골 한옥마을, 몽촌토성 중 유일하게 유료로 운영됐고 어른 700원, 어린이 300원의 입장료를 받아왔다.

종로구 운니동에 있는 운현궁은 조선조 제26대 임금인 고종의 생부 흥선대원군의 집으로, 고종이 태어나 왕으로 책봉된 11세까지 자란 곳이다. 아들을 왕위에 올린 흥선대원군은 고종이 21세가 될 때까지 섭정을 했고, 운현궁은 대원군의 정치 생애 및 구한말 국운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봤다.

대원군은 사랑채인 노안당(老安堂)에서 정사를 논했다. 서원 철폐·토지 개혁·관제 정비 등 개혁 정책이 여기서 나왔다. 운현궁의 중심 건물인 노락당(老樂堂)에서는 명성황후가 삼간택(三揀擇)을 끝내고 왕비 수업을 받았으며,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가 열렸다. 조선 왕이 대궐이 아닌 사저에서 혼례식을 올린 유일한 사례다.

서울시는 이 무료 개방을 계기로 운현궁 및 인사동·북촌 등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4월 운현궁에서 고종·명성황후 가례 재현 행사를 열고, 5월에는 전통 왕실 의상 패션쇼, 7~8월에는 여름밤 금요 야간 개장 공연을 여는 등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한문철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운현궁 무료개방은 시민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