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사회복지 혈관, 복지사들이 뚫어줘야죠"

"돈 뿌리는 '화폐 복지'로는 한계가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사회를 연결해주는 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류시문(66·사진) ㈜한맥도시개발 회장이 제19대 사회복지사협회 회장에 선출돼 오는 28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그는 사회복지사협회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직선제를 통해 당선됐다. 임기는 3년이다.

류 회장은 "송파 세 모녀 사건 등 최근 잇따르는 생활고로 인한 가족 동반자살을 보면 사회복지의 혈관이 군데군데 막힌 것 같다"며 "이웃 간에 서로 돕는 연결 고리를 다시 이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자격 관리부터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회원은 60만명이나 된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복지사는 8만명에 불과하다"며 "복지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현장에서 더 많은 복지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질과 전문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는 사회복지 공무원을 적정 인원으로 충원하고, 이들이 복지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지원할 수 있도록 재량권도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현재 지방자치단체 형편에 따라 서로 다른 사회복지사 임금 수준을 단일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10년 전 연세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류 회장은 사회복지보다는 기부로 더 알려진 사람이다. 장애를 딛고 일어나 사업에 성공한 후 지난 20년간 기부한 돈이 30억원을 넘는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서울 최초 회원(2007년)이고, 2011년에는 할머니로부터 평생 폐지 팔아 모은 돈 1억원을 물려받은 아들 원정씨도 전액 기부하면서 최초의 부자(父子) 회원이 되었다. 지난해에는 사후 유산(遺産)을 사회에 모두 환원하겠다는 유산 기부 서약도 했다.

경북 예천에서 소작농의 7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난 류 회장은 일곱 살 때 뒷산 무덤가에서 놀다가 비석 지붕돌이 떨어져 왼쪽 종아리가 으스러졌다. 어려운 형편에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고열로 앓다가 고막까지 잃었다. 그는 아버지를 겨우 설득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반드시 성공해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고 결심했고, 결국 뜻을 이뤘다. 20년 넘도록 똑같은 외투 한 벌로 겨울을 나면서 이룬 꿈이다. 류 회장은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나중에 더 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들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좀 더 반듯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