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아름다운 나이 곡선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 가지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가져왔던 내 무언가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내 것을 지키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을 더 많이 지켜보려는 욕심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매듭짓지 못하고 흐지부지 놓쳐버리는 것들을 바라볼 때마다, 내 몸이든 마음이든 듬성듬성 구멍 나는 것을 느끼는 요즘, 그래서 점점 하나만이라도 매듭지으려 전전긍긍 붙잡게 되는데, 이 또한 나이 드는 일에 다름 아니리란 생각이다.

보통, 내 것 중에 하나 이상의 자랑거리를 얼굴에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는 버릇이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같다. 내 것을 가져야 하니까, 그래야 사니까. 그 세월이 지나 나이 더 들면서, 작은 한 매듭마다 내 안에 있는 모두를 뭉뚱그려 묶고, 이것이 나라며 언제나 높이 쳐들어 내세우곤 한다.

휴, 그러나, 나이 탓으로 돌리기엔 뭔가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것을 어찌하랴. 서로 눈감아주며 살아가는 일상이 되어버린, 그래서 부끄럼조차 잃고 사는 요즘이다. 내 것에 대한 스스로 위안이 나머지 시간을 보상해 주리라라는, 쓸데없는 멋들어짐을 믿고 싶은 것 또한 어찌하랴.

그러나 우스운 것은, 그 멋들어짐이란, 역사 속에 수없이 쌓여왔고, 지금도 많은 까닭에 그저 서로서로 비슷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나도 내 것은 단 하나의 유일한 멋이라 믿어왔고, 그것이 최고라며 얼굴을 곧게 들고 다녔다. 그 많은 사람이, 이러한 속과 밖을 서로 알면서 웃고 웃어준 것은 아닐까. 또한, 더 그러나, 이제, 슬프게도 나이가 들수록 더 슬퍼지는 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나는 이 멋을 깨고 싶지 않다는 것과 이 사실을 고개 숙여 시인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참 다행한 것이 있다면, 분명 조금이나마 아름다운 나이 곡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나없이 내 즐거움을 향해 마음껏 욕심을 부린 적이 있었다. 지난 세월에 고개 숙일수록, 그 힘이 남은 욕심의 고개를 계속 숙이게 하곤 한다. 이런저런 시간들이 지나면서, 이제 남은 시간만이라도 아름다운 빛을 발하기를 바라는 이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인류의 희망이고, 또한 지구를 영원히 존재하게 하는 진리일 터니, 나 또한 작은 내 것을 내려놓은 일에 어찌 주저할 수 있을까. 

문득, 나의 남은 시간을 오른손 엄지손톱에 올려놓고 가슴 가까이 바라본다. 살며시 왼쪽 오른쪽 몇 번 움직인다. 잠깐 욕심이 줄어든 순간이었다. 참 아름답다. 단출하니 편하게 보이는 시간이다. 왼손으로 그 손톱 위 시간을 쓰다듬어 본다. 그랬다. 그냥 단순하게 바라볼수록, 나는 하나의 내 손톱이 되어, 더 아름다운 시간이 되는 것이었다. 아, 어찌하면, 자신의 뒷모습이나 앞모습을 바라보지 않는 구름처럼, 언제라도 지금의 내 손톱 시간을 조금이나마 닮을 수 있을 것이냐. 그래도, 지금은 크게 외쳐야 한다. '남은 나이에게 기쁨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