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 년초(年初) 였다. 오토 프랑크는 히틀러가 돌격대(Storn Troopers)의 노래를 듣는다. '칼에 유태인의 핏방울이 튕기면(When Jewish blood splatters from the knife)'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몇 개월 뒤에 히틀러의 국가사회당이 다수당이 된다. 다음 해 1월에 히틀러는 집권한다.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는 전쟁전(前) 영국은 히틀러에 관대했다고 비평한다. 그는 히틀러의 독일은 사회주의를 빌려 전쟁무기를 준비한 전체주의적 자본주의로 분석한다.
안네의 아빠 오토는 자신을 독일인으로 생각했다. 오토는 1차 대전 때 독일군 사병으로 참전해 장교로 발탁된다. 그의 정직한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오토는 한 농가의 말을 강제로 징집해야 했다. 늙은 농부가 말을 돌려받지 못할 거라고 근심스레 말하자 그는 차용증을 써주겠다고 제안한다. 그걸 받아 쥔 농부는 아무 말 없이 영수증을 찢어 버린다. 오토를 믿는다는 뜻이다.
전쟁이 끝나고도 오토는 집에 오지 않았다. 집에서는 걱정되었다. 음식을 준비하는 모친 뒤에서 갑자기 오토가 나타난다. 크게 놀란 모친에게 오토는 말을 돌려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말한다. 오토 프랑크는 1938년의 '깨진 유리창의 밤(Kristalnacht, the night of broken glass)' 4년 전에 독일을 뜬다. 네덜란드의 지인 도움에 잼 재료인 펙틴(pectin)을 만드는 회사를 차린다. 이듬 해에 가족을 네덜란드로 데려온다. 안네가 다섯 살 때다. 오토의 아내는 네덜란드에서 고향 독일에 대한 향수병이 심했다.
안네가 '디어 키티(Dear Kitty)'라고 쓰기 시작한 빨간색 체크무늬 일기장은 1942년 어느 여름날 13번째 생일 선물이다. 독일군이 5일 만에 네덜란드를 점령한 게 햇수로 2년째 되던 해다. 안네는 꿈이 작가다. 1945년 강제수용소에서 생존한 오토에게 오토의 잼 회사에 근무했던 미프 기스(Miep Gies)가 안네의 일가가 체포된 직후에 남모르게 챙겨 놓은 안네의 일기를 건네준다. 오토는 '기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힌다.
처음에는 일기를 읽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슬픔을 억누를 수가 없었던 거다. 뒤에 일기를 매일 조금씩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1967년 미국의 한 방송사와 대담에서 78세의 오토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다'고 말한다.
안네는 독일군에 체포된 뒤에 3일 밤 3일 낮을 음식도 없이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실려간다. 이후 언니와 함께 옮겨진 베르겐벨젠 강제 수용소에서 1945년 초에 유행병이 크게 발생해 사망한다. 영국군이 강제 수용소를 해방 시키러 오기 2 주 전이었다. 네덜란드에서 10만 7천 명의 유대인이 강제 수용소에 실려 갔다가 돌아 온 사람은 단지 5천 명에 불과했다.
히틀러의 제1 오류는 단순 전쟁이 아니다. 그의 가장 큰 오류는 불타오르는 증오를 권력의 횃불을 인간 개개인과 정작 인간을 보호해야 할 공동체까지 극한으로 악용해 인간 개개인의 존엄과 가족과 인간의 다양성을 모욕하고, 짓밟고, 파괴한 것이다.
얼굴을 그리지 못한 화가 지망생 히틀러는 그나마 소질을 인정받은 도시의 그림 건물이 아닌 실제로 살고 있던 특정 인종을 향해 인간에 대해 관용도 없고, 인간을 차별하는 명령을 내린다. 인간이 보이지 않고, 인간이 들리지 않는 얼굴이 사라진 것 같은 폭군이었다. 오토 프랑크는 1963년 안네 프랑크 재단(Anne Frank Fonds)을 세운다. 젊은 세대가 불관용(intolerance)과 차별(descrimination)하지 않게 가르치기 위해서다.
2014년 2월 일본의 31곳의 공공 도서관에서 300여 권의 안네 프랑크 책에서 종이가 찢겨 나갔다. 일본 사회에 용케 숨어 있던 숨은 그림자가 실제 세계로 녹아 나오는 걸까? 정치는 악을 잉태하는 임산부가 아니다. 독일이 겪은 히틀러와의 역사의 밤은 깊게 묻혀야 한다.
지금 일본에서 보이는 사태는 매우 중대한 일이다. 아베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보다도 31곳에서 발생한 안네 프랑크의 일기장을 찢은 사태는 일본의 색깔을 칠해주고 있다. 동북아의 공간에 평화와 사랑을 구현해야 할 정치 권력자들은 역사를 인간의 눈으로 느껴야 한다. 그게 아베든, 시진핑이든, 히틀러든 똑같아야 한다. 일본은 지금 매우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안네의 아빠가 남긴 말이다: 나는 이제 90세에 가까워, 기력이 천천히 쇠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안네가 내게 남긴 세계 곳곳에서 화해(reconciliation)와 인간의 권리(human rights)를 쟁취하는 의무가 늘 내게 새로운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