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현장] 金 현물시장 거래 첫 날 '절반의 성공'… 가격은 적절, 거래는 부족

24일 첫 금 현물 거래는 절반의 합격점을 받았다. 가격 형성은 그런대로 기대치에 부합했으나 거래량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순도 99.99%(24K) 금 1g 가격은 기준가격보다 620원(1.3%) 오른 4만6950원을 기록했다. 한 돈당 17만6062원을 기록한 셈이다. 시중 은행에서 장외 시장 금에 투자하는 골드뱅킹의 경우 이날 한 돈당 17만4431원에 거래돼 어제 거래소 금 현물 거래 종가가 0.9% 정도 높았다. 이날 오전 한때 거래소 금 가격은 4만74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거래 규모는 6㎏(2억8075만원)으로 거래소 예상에 미치지는 못했다. 거래소는 하루 10㎏ 정도 거래되는 것을 예상했다. 공도현 거래소 금시장준비팀장은 "거래 첫날이고 홍보도 덜 이뤄졌기 때문에 점차 거래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 실시되는 금 현물 거래는 1g 단위로 소액 거래가 가능하고, 투명한 가격 결정 구조로 공정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1년간 거래소 거래세가 면제되고, 장내 매매차익에 대해 소득세가 붙지 않는다.

반면, 금은방에서 거래하는 경우는 디자인 등 세공비가 붙어 지역마다 가격이 다를 뿐 아니라 금 순도 인증도 불투명하다. 은행의 골드뱅킹도 1%의 수수료와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한다.

그러나 향후 금 현물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먼저 정체를 보이는 국제 금 가격이다. 미국이 그동안 풀었던 달러를 거둬들이기 시작하면서 달러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1일 현재 작년 초 대비 0.4% 올랐다. 달러 가치 상승은 안전자산 대체 관계에 있는 금에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2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先物)은 온스당 1336달러로 작년 초와 비교했을 때 20% 이상 떨어졌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금에 투자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도현 팀장은 "국내 금 시세가 국제 시세와 따로 놀면서 상승할 수는 없다"며 "이를 감안해서 금 현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금 현물 거래 성공을 위해선 원활한 금 공급도 필요하다. 24일 거래된 금들은 거래소가 지정한 제련 업체와 금 수입업자가 공급한 물량 20t 중 일부였다. 현 거래 시스템에서 개인들이 보유한 소위 '장롱금'은 팔 수 없다. 품질을 보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장롱 금을 팔고 싶으면 한국거래소 지정 업체를 통해 순금 검증을 받고 팔 수밖에 없다. 또한 그간 행해져 온 음성 거래 관행이 걸림돌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금은방 대표는 "유통되는 금의 절반 이상이 음성적으로 거래돼왔다"며 "금 거래를 양성화하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