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지지부진 증시에서 빛나는 건… '흙속의 진주' 가치株 펀드

가치주 펀드에 장기 투자하면 정말 좋은 성과를 낼까. 가치주 펀드의 10년 누적 수익률은 171.3%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139.6%)를 앞질렀다. 하지만 가치주 펀드가 해마다 꾸준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의 등락에 따라 가치주 펀드는 한 해 50%가 넘는 수익을 거둘 때도 40%에 가까운 손실을 낼 때도 있었다.

◇작년부터 제2의 전성기

가치주 펀드는 기업의 수익성이나 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다. 값이 싸다고 생각되는 종목을 사들인 뒤, 주가가 '제값' 수준으로 올라오면 팔아서 수익을 챙기는 식이다. 가치주 투자자들은 남들이 아직 몰라보는 '흙 속의 진주'에 주로 투자하다 보니, 제대로 평가받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고, 그렇기 때문에 장기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자료를 의뢰해 가치주 펀드의 10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누적 수익률 171.3%를 기록했다. 한 해 평균 17.13%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39.6%였다.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C형'과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A'의 10년 수익률은 각각 390.8%, 362.8%에 달했다. 설정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 1(주식)Class C'와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주식)(C)'의 5년 수익률도 각각 139.7%, 126.6%를 기록했다.

가치주 펀드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은 작년 국내 주식형 펀드가 1.2%의 수익률로 고전한 사이 가치주 펀드는 8.4%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다. 가치주 펀드의 인기는 설정액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4조~5조원대 사이를 오가던 설정액은 작년에 급격히 늘어 지난 19일 8조원을 뛰어넘었다.

◇가치주 펀드도 롤러코스터

다만 가치주 펀드라고 해서 주식시장의 등락에 관계없이 수익을 낸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54.9%의 수익률을 기록한 가치주 펀드는 이듬해인 2006년 -0.4%에 그쳤다. 2007년에는 41.5%를 기록했지만 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36.5%로 고전했다. 다시 2009년에는 50.5%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가치주 펀드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10년 동안 가치주 펀드가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시기는 절반인 5년간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수익률이 좋을 때는 가치주 펀드도 함께 올랐다. 다만 국내 주식형 펀드가 많이 떨어질 때 가치주 펀드는 덜 떨어지면서 수익률을 관리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위주의 성장주가 크게 오르고 중·소형을 주로 담는 가치주가 소외되는 시기에는 가치주 펀드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며 "증시가 박스권(일정한 범위에서 지수가 오르내리는 것)에서 움직일 때 가치주는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소장 펀드 투자자 가치주 펀드 선택

지난 17일 출시된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 펀드)에도 가치주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소장 펀드는 한 번 가입하면 5년 이상 펀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펀드를 선택할 때 장기 수익률을 꼼꼼히 살핀다.

가치 투자 전문 운용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신영자산운용의 펀드로 전체 소장 펀드 자금의 60%가 들어왔다.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주식)' 펀드에 4억6600만원이 들어와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고 '신영마라톤소득공제(주식)'으로 2억5200만원,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채권혼합)'으로 1억6800만원, '신영고배당소득공제(주식)'으로 1억900만원이 들어왔다. 가치주 펀드가 1~4위를 휩쓴 것이다.

박재현 한국투자증권 목동지점장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장기간 머물 것으로 전망되자 소장 펀드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 철학에 잘 부합하는 가치주 펀드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주 펀드

기업의 실력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이른바 ‘가치 투자’를 원칙으로 세우는 펀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