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거시경제를 보는 남다른 눈 가진 데이비드 전 KDB자산운용 공동대표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 예상보다 이른 내년 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쳐 세계 증시가 요동쳤다. 바로 다음 날, 데이비드 전 KDB자산운용 공동대표의 여의도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는 '토끼 눈'이었다. 실시간으로 회의 결과와 기자회견을 지켜보느라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테이블 위에는 중국시장 분석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연준을 정비공이라고 칩시다. 공구 상자 안에 QE1(1차 양적 완화), QE2(2차 양적 완화), QE3(3차 양적 완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들여 장기금리를 떨어뜨리는 정책)가 들어 있었는데 다 써먹었어요. 이제 남은 건 금리 인상 타이밍뿐이었죠. 금리를 올리고 난 다음, 경제가 갑자기 나빠지면 다시 내리지도 못하고 더 가진 도구가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 옐런은 '6개월쯤 뒤'라는 말로 시장에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대응 능력 평가)를 한 겁니다. 천재적이었어요".

상당수 전문가는 옐런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처럼 말해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깎아내렸지만, 전 대표는 이렇게 평가했다. 문제가 생기면 금리를 안 올리면 되고, 문제가 없으면 예정대로 올리면 되니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는 쓰지도 않고 금리를 슬쩍 올려본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그는 거시경제를 보는 남다른 시각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2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 국제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베어스턴스 이머징마켓 수석 투자전략가로 활동했다. 헤지펀드 디스커버리 캐피털을 설립해 조지 소로스의 자금을 운용하기도 했다. 2012년 7월 한국으로 날아와 KDB자산운용 공동대표 겸 CIO(최고투자책임자)를 맡고 있다.

―G2(미국·중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은 '정부를 제외한 성장이 가능한가', 중국은 '신규 대출·융자 확대 없이 성장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결론은 '둘 다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6년간 유동성(시중에 풀린 돈)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 속도만큼 성장세가 따라줬다. 지금은 그래프가 급격히 꺾이느냐 완만하게 꺾이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속도의 차이일 뿐, 꺾이는 건 피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의 상황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전에 썼던 '내비게이션'은 소용이 없을 것이란 점이 막막하다."

―(보고 있는) 중국 분석 보고서의 결론은 무엇인가.

"작년에 증가한 그림자 금융(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제2금융권) 규모가 한국 국내총생산(GDP)보다 크고, 그간 풀어놓은 대출금 규모는 미국 GDP보다 크다. 이 대출금에 대한 만기가 평균 2년 주기로 도래하는데, 앞으로 미국 GDP의 1.4배에 달하는 신용이 한 바퀴 돌 예정이다. 물론 정부가 부자고 재원도 풍부하지만, 성장이 둔해지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대출 때문에 유동성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성장이 둔해지면 2007년 미국이 겪은 것 같은 일(금융위기)이 일어난다. 대출의 3분의 1은 주택시장으로, 3분의 1은 지방정부 인프라로, 3분의 1은 부도 상황에 몰린 한계기업들이 빌려 갔다. 부동산 가격이 꺾이는 것을 시작으로 '피라미드'는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수 헤징(위험 회피)을 해놨다."

―닥터둠(Dr. Doom·우울한 경제 전망을 내놓는 비관론자)에 가까운 것 같다. 미국 경제도 그만큼 어둡게 보나.

"지난 24주 동안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 미국과 유럽으로 향했다. 역사적인 기록이다. '유동성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부르고 싶다. 연준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이 마무리되는 순간에, 올해 한 번은 주가를 건드릴 것 같다. 재밌는 것은 지금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많이 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돈이 움직이면 '상투 잡았다'고 본다. 2000년대까진 일본 사람들이 그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일본인이 사면 고점(高點)이었다. 지금은 한국이 그런 평판을 듣는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하나.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가공된 데이터로 전망하지 않는다. 직접 원자료를 보고 분석한다. 한국에 와서 기존 체제를 바꾼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애널리스트들의 관습을 바꾼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뉴스 종합이나 다른 증권사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보고하는 자료를 내선 곤란하다. 해외에서 온 영문본 리포트를 한국말로 번역해서 투자하면 이미 게임은 진 것이다. 그게 글로벌 퍼스펙티브(perspective·관점)라고 할 수 있나? 사실 한국은 이미 여러 번 위기 사이클을 겪었기 때문에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전문가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전망만 쏟아내는 비전문가가 몰려 있는 시장이 됐다."

―월가에서 볼 때, 한국 투자자는 어떻게 다른가.

"여름에 겨울 코트 사고, 겨울에 여름 반바지를 사야 돈 번다는 오래된 투자 속담이 있다. 사람들이 안 몰린 쪽으로 가야 돈 벌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반대다. 여러 사람이 뭉쳐 있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997년 동남아 채권과 2008년 중국 주식, 2010~2012년 브라질 채권을 보라. 뭉치고 따라 해서 번번이 결과가 안 좋았다. 이런 투자 스타일로는 돈을 벌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