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처럼 거래하는 '金시장' 개장… 수수료·세금없어 일석이조

투자라고는 주식이나 부동산밖에 몰랐던 김개미(가명)씨. 얼마 전 회사 동료가 은행의 골드뱅킹에 가입해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는 말에 솔깃했다. 골드뱅킹은 은행 통장에 돈을 입금하면 그 돈으로 은행이 금을 사서 투자하는 간접적인 금 투자 상품이다. 관심이 가긴 했지만 김개미씨는 막막했다. 지금껏 금 투자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다. 은행에 물어보니 골드뱅킹은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고 배당소득세도 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실물 금을 사려니 도매시장에서 파는 금이 진짜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워 큰돈을 주고 사기는 꺼려진다.

김개미씨처럼 금 투자를 한 번쯤 고민한 투자자들에게 소액으로도 순도 99.99%의 골드바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24일 개장한 한국거래소의 'KRX금시장'이다.

◇금 사고파는 'KRX금시장' 24일 개장

KRX금시장에서 금을 사고팔려면 일단 증권사에 전용 계좌부터 만들어야 한다. 금 계좌를 만들 수 있는 증권사는 대신증권과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8곳이다. 증권사 계좌를 개설한 뒤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화 등을 통해 주식 거래하듯이 주문하면 된다.

거래는 주식시장보다 한 시간 늦은 오전 10시에 시작되고 오후 3시에 끝난다. 금 시세는 주가처럼 HTS, MTS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장롱 속에 넣어둔 금반지도 내다 팔 수 있을까. 아쉽지만 안 된다. 한국조폐공사가 인증한 순도 99.99%의 금괴만 거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은방에서 판매되는 금반지의 순도는 99.99%에 못 미치는 99.90%다. KRX금시장에 금을 맡기려면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업체에서 순도가 99.99%라는 검증을 받아야 팔 수 있다.

주식 거래와 다른 점 중 하나는 결제 대금 전액을 미리 계좌에 넣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 없이도 할 수 있는 공매도나 신용거래는 안 된다. 대신 현금으로 금을 사고팔 때 그 이득에 붙는 자본소득세(15.4%)를 안 내도 된다. 그러나 실제 금을 맡기고 찾을 때는 금 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야 한다.

◇매매 차익에 소득세 안 붙고 거래 수수료 면제

KRX금시장의 장점 중 하나는 절세 및 수수료 감면 혜택이다. 은행의 골드뱅킹이나 금 펀드, 금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등 금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이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거래 수수료도 0.5~1% 정도 붙는다.

하지만 KRX금시장에 투자하면 거래 수수료가 내년 3월까지 면제되고 매매 차익에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는 부담해야 하지만, 0.4~0.5%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금시장에 공급하는 금괴에 대해서는 수입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당초 금시장의 취지 중엔 밀수되는 금을 양성화한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수입되는 금에는 가급적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금은방에서 거래할 때와 달리 순수한 금 가격만 내고 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금은방에서 거래하는 금에는 디자인, 세공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이 붙어 있다.

◇매매는 1g 단위로… 오만원만 있어도 가능

매매는 1g 단위로 할 수 있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KRX금시장에서 금 1g당 가격은 4만6230원이었다. 5만원만 있어도 금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시장이 열린 지 초기여서인지 아직은 금시장을 통한 거래량은 많지 않다. 개장 첫날 금시장에서는 총 6㎏ 규모가 거래됐고 이튿날에는 거래량이 소폭 줄었다. 한국거래소가 기대한 하루 평균 거래량인 10kg에도 못 미친다.

증권업계에서는 은행의 골드뱅킹에 투자하거나 골드바를 직접 사던 투자자들이 금시장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신을 못 하고 있다. 또 고액 자산가들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절세나 증여 목적으로 골드바를 사려고 하기 때문에 금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크지는 않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