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요즘, 돈 어디에 두십니까

한국의 자본시장은 오전 7시 여의도 증권가에서 시작된다. 이른 아침 각 증권사의 회의실에선 한밤중에 숨 가쁘게 움직인 해외 시장과 그날그날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들을 분석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은 한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직전, 최적의 투자 전략을 구상한다. 이 중에서도 증권사 사장실은 매일 아침 긴박하게 취합되는 각종 투자 정보들이 모이는 곳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되살아나지 않는 중국 증시, 지지부진한 한국 시장 등 불확실성이 황사처럼 끼어 있는 2014년 봄, 투자 정보의 집적지인 증권사 사장들에게 '투자의 길'을 물었다.

설문에 참가한 증권사 사장 아홉 명은 최근에 투자했거나 투자를 계획 중인 상품을 묻자 각각 2~4개씩, 총 23개의 상품을 추천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투자처는 재정 위기국들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유럽이었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롱숏펀드와 길게 보고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도 '사장님'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2014년은 유럽이다"

증권사 사장들에게 압도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은 지역은 유럽이었다. 열 명 중 여섯 명이 어떤 형태로든 유럽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한 증권사 사장은 "무역 수지가 개선되고 경기 회복 신호가 연이어 포착되고 있는 유럽, 그중에서도 남유럽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어 최근 유럽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사장은 "최근 한국·미국 증시와 연동한 ELS(주가연계증권)를 처분했는데 그 돈을 유럽 시장과 연동하는 ELS에 넣었다"고 했다.

☞이렇게 투자하세요

증권사 사장들은 유럽의 주가지수와 연동하는 ELS상품에 주로 투자했다. 유럽의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50'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유로스톡스50 ELS'를 샀다는 사람이 두 명이었다. 한국·홍콩·유럽 증시에 함께 투자하는 '코스피200+HSCEI+유로스톡스50 ELS', 한국·미국·유럽 증시에 따라 움직이는 '코스피200+S&P500+유로스톡스50'에 투자를 계획 중이라는 사장도 한 명씩 있었다.

◇중위험·중수익 대표 주자 롱숏펀드

증권사 사장들은 올해의 투자 전략이 '중위험·중수익'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동양증권 서명석 대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대전환'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5년 만에 양적 완화를 축소하는 등 미국의 통화정책이 바뀌고 있는 올해는 시장이 불안할 수 있어 중위험·중수익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에 들어맞는 상품이 최근 투자자가 몰리는 롱숏펀드다. 롱숏펀드란 주가가 오를 때 돈을 버는(롱·long) 주식과 주가가 내려갈 때 수익이 나도록(숏·short) 돼 있는 선물·옵션 등을 섞어 만든 펀드를 뜻한다. 증권사 사장들이 롱숏펀드를 많이 추천했다는 것은 올해 역시 한국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롱숏펀드는 위험을 상쇄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절세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식이 큰 폭으로 오를 때 '대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투자하세요

롱숏펀드 중 지난 1년 수익률(3월 26일 기준)이 가장 높은 펀드는 '에셋플러스 해피드림투게더'(9.2%)였고 '트러스톤 다이나믹코리아 50'(8.9%), '미래에셋 인덱스헤지'(7.2%), '마이다스 거북이 50'(6.2%) 등이 뒤를 이었다.

롱숏펀드는 절세 효과가 크다. 주식 부분의 투자 수익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금 등은 투자 수익에 대해 15.4%를 세금으로 원천징수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롱숏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 약 6.4%의 수익을 올렸고 이 중 약 5.9%의 수익이 주식 투자에서 나왔다고 가정할 경우(나머지는 채권 투자분) 세금은 8만4000원으로 예금·ELS·채권형펀드(세금 약 99만원)에 비해 약 90만원을 절세할 수 있다.

◇가치주 펀드도 꾸준한 투자…중국은 "글쎄"

지난 3년 동안 펀드 성적표를 보면 수익률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가치주 펀드일 정도로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다.

증권사 사장 중 세 명이 가치주 펀드를 장기적으로 투자해볼 만한 상품으로 추천했다. 배당주(배당을 많이 하는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도 괜찮은 장기투자 상품으로 꼽혔다.

한편 응답자들은 최근 투자를 접은 상품에 대해서는 대부분 말을 아꼈다. 그러나 한 명은 중국 ETF(상장지수펀드)를 팔았고 또 다른 한 명은 중국 ETF를 사려다가 보류했다고 답해 중국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 증권사 사장은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져 투자를 보류했다"고 했다.

☞이렇게 투자하세요

지난 3년간 투자 수익률(설정액 100억원 이상·3월 25일 기준)이 높았던 가치주 펀드는 '한국밸류 10년투자 퇴직연금'(51.3%), '한국밸류 10년투자 증권'(47.6%), 'KB 밸류포커스'(29.7%), '신영마라톤'(25.2%) 등이었다. 배당주 펀드 중엔 '신영 밸류 고배당'(3년 수익률 32.7%), '베어링 고배당'(21.0%), 'KB배당포커스'(17.0%) 등이 좋은 성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