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초여름… 서울 92년 만에 '3월 벚꽃'

서울 벚꽃이 지난 28일 개화했다. 28일 서울의 낮 기온이 23.8도를 기록하는 등 봄이 오는가 싶더니 연일 초여름 날씨가 이어진 데 따른 현상이다. 지난해보다 18일 빠른 것으로, 3월 서울에서 벚꽃이 개화한 것은 벚꽃 개화 시기 관측 기록이 남아 있는 1922년 이후 처음이다. 기상청은 서울의 벚꽃은 이번 주말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5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벚꽃이 핀 지 3일 만에 약 470㎞ 떨어진 서울에서 벚꽃이 핀 것도 이례적이다. 벚꽃 개화가 매일 150㎞ 이상씩 북상한 셈이다. 반면 인천·춘천·강릉 지역은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여름 날씨에, 일부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벚꽃이 보름 이상 일찍 피다 보니 일부 벚꽃 축제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당초 기상청은 "여의도의 벚꽃이 다음 달 8일 개화해 15일쯤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근거로 서울 영등포구는 벚꽃 축제 기간을 4월 13일부터 20일까지로 정했다. 그러나 여의도 벚꽃도 지난 29일 개화했고, 30일 현재 30% 이상 만개한 상태다. 여의도 벚꽃은 국회의사당 북문에 있는 118~120번 벚꽃 3그루에 각각 3송이 이상씩 완전히 피었을 때를 개화 시기로 본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이상할 정도로 벚꽃이 빨리 피어 당황스럽다"며 "벚꽃 축제 기간을 10일 앞당겨 다음 달 3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3월 들어 연일 기온이 따뜻한 이유는 고기압의 중심이 남쪽에 있어 따뜻한 남서풍이 국내로 불어오고, 기압의 흐름에 따라 한반도 상공에 따뜻한 공기가 머물러 차가운 북서풍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구름 없는 날씨가 계속돼 일사량도 많았다.

거리에서 반팔 차림을 흔히 볼 수 있는 등 사람들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다. 대학생 권은별(여·22)씨는 "개강하면서 일단 고향 집에서 봄옷만 챙겨 왔는데 많이 덥다"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여름옷을 바로 부쳐달라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들도 여름옷을 서둘러 전시하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여름옷 전시 시기를 평년보다 7~10일 앞당겼다. 패션에 민감한 여성복의 경우 지난 주말부터 반팔·민소매 원피스 등 여름옷으로 바꿔서 판매하고 있다.

서해 꽃게잡이도 예년보다 보름 정도 빨라졌다. 꽃게는 보통 4월 상순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이상 고온으로 수온도 예년보다 2도 정도 높아 벌써 꽃게가 잡히는 것이다. 지난해 낮은 수온으로 4월 초까지도 꽃게가 잡히지 않아 애태운 상황과는 정반대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20도 안팎으로 오르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은 2일(수요일)까지 낮 최고기온이 21~22도를 기록하다가 3일(목요일)부터 평년 수준(15~17도)으로 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