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10년… 大田~서울 1시간 '출퇴근 혁명'

회사원 김상곤(46)씨는 10년동안 대전 서구 집에서 서울 종로구의 잡지사로 출퇴근하고 있다. 김씨는 2004년 8월부터 KTX를 5000번 이상 탔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KTX를 가장 많이 탄 사람이다. 그가 10년간 구입한 정기 승차권은 4700만원어치가 넘는다. 김씨는 대전에서 일하다 2004년 지금의 직장으로 옮겼다. 당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먼 거리 때문에 망설였지만 'KTX로 출퇴근할 수 있겠다' 싶어 이직을 결심했다.

김씨가 대전에서 서울까지 KTX를 타는 시간은 한 시간에 불과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김씨처럼 KTX 정기 승차권을 이용해 수도권으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사람은 7000명 가까이 된다.

오는 1일로 KTX를 개통한 지 10년을 맞는다. 시속 330㎞까지 달릴 수 있는 KTX의 등장은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어 놓았고, 국민의 생활 방식도 크게 바꾸어놓았다.

◇천안·대전서 서울 출퇴근

지난 10년간 KTX는 지구 6000바퀴에 해당하는 2억4000만㎞를 달렸다. 이용한 승객은 4억1400만명으로 하루 평균 15만명이었다. 국민 1명당 8번 이상 KTX를 탄 셈이다.

새마을호로 4시간10분 걸리는 서울~부산 구간을 2시간18분 만에 주파하면서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 됐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당일 출장이 가능하게 됐고 천안·대전·대구 등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생겼다. KTX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정기 승차권 이용객은 서울~천안 구간이 23.8%로 가장 많다. 이어 서울~대전(11.3%), 대전~천안(10.5%), 광명~천안(8.3%), 서울~오송(8.2%) 등의 순으로 정기권 이용객이 많았다.

서울역과 부산역 등 전국 KTX역에 마련된 회의실을 이용하는 사람도 2005년 4000명에서 지난해 37만명으로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KTX역이 비즈니스의 새로운 거점이 된 것이다. KTX가 개통하면서 부산의 국제회의 개최 건수는 2003년 19건에서 2011년 224건으로 12배 증가했다.

반면 KTX가 개통하면서 항공업계는 타격을 입었다. 서울~부산 구간의 경우 항공편의 수송 분담률은 2003년 39%에서 2011년 20%로 반 토막 났다. 이 기간 철도의 수송 분담률은 38%에서 62%로 증가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올해 말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면 호남선 버스와 항공편을 이용하던 승객의 37.5%와 53.6%가 KTX로 옮겨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X역 중심으로 연계 교통망 구축해야

KTX 개통 당시 수도권으로 인구와 경제력이 더 집중되는 '빨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역 경제가 발전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국교통연구원은 분석한다. 교통연구원 오재학 종합교통본부장은 "KTX역이 생긴 부산(1.7%)과 대구(1.6%), 대전(1.3%)의 2012년 지가 상승률이 전국 평균(0.96%)보다 높았다"며 "역세권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이 크게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이 지난해 KTX 승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쇼핑이나 병원 진료, 학원 수강을 이유로 KTX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4% 수준에 불과했다. 가족·친지를 만나거나 출장을 위해 이용한다는 응답이 각각 39.2%와 27.3%로 가장 많았다. 오 본부장은 "앞으로 KTX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KTX역을 중심으로 연계 교통 체계를 구축하고 역세권을 집중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