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핀 꽃… 눈은 즐거운데, 꽃가루는 괴로워

지난 28일 서울에서 관측된 낮 최고기온 23.8도는 1907년 10월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한 이래 가장 높은 3월 기온이었다. 1922년부터 벚꽃 개화를 관찰한 이래 서울에선 올해 처음으로 '3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기록적인 봄철 이상 고온이 이어지면서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크게 오른 낮 기온과 달리 아침·저녁은 쌀쌀해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31일에도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0.2도까지 올랐지만, 아침 최저기온은 8.8도에 머물렀다.

◇"꽃가루 알레르기 비상"

봄꽃의 개화 시기엔 3월 기온이 얼마나 높았는지가 중요한 변수인데, 올봄엔 유독 기온이 올라 봄꽃도 빨리 피고 꽃가루도 예년보다 빨리 날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각종 꽃가루에 과민 반응하는 결막염,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도 일찍 발생할 전망이다. 더욱이 요즘에는 대기 중 미세 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알레르기 질환의 독성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순천향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 내과 김양기 교수는 "낮 시간 따뜻한 기온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켜 자작나무 꽃가루나 돼지풀의 알레르기 농도와 항원성을 더 높일 수 있다"며 "일반적 감기나 가벼운 기관지 염증은 3~7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알레르기에 따른 감기나 호흡기 증세는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감기가 잘 낫지 않으면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이라고 보고, 따로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몸이 적응할 시간이 부족"

일교차가 크면 그만큼 신체가 외부 온도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겨울에는 체온 유지를 하느라 피부 쪽 혈액량이 적다가, 봄철에는 몸이 데워지면서 피부 혈관 쪽으로 혈액량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일시적이지만 뇌로 가던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적어져 일교차가 큰 봄에는 피로를 더 쉽게 느끼고, 졸음이 쏟아지게 된다. 이른바 춘곤증이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외부 온도 변화가 크면 호르몬 분비량이나 소화·대사 활동에도 변화가 온다"며 "봄에는 기상과 수면 시간을 규칙적으로 해서 가능한 한 신체 변화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심장·혈관 만성 질환자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으면서 외부 온도에 따라 보온을 하는 것이 좋다.

한편 낮에 유독 기온이 치솟는 이상 고온 현상은 이번 주 중반까지 이어지다가 다소 주춤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1일과 2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2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고온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번 주 목요일(3일) 기압골 영향으로 서울과 경기, 강원 지역에 비가 오면서 낮 기온이 떨어져 점차 평년(1981~2010년 평균) 기온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