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문 연지 9개월… 코넥스(中企·벤처전용 주식시장) 'C학점'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시장이 문을 연 지 9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코넥스 시장 상장사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좋아졌지만, 기업 40%의 순이익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코넥스 시장에 올해 기업 100곳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거래는 장외시장인 프리보드보다도 침체돼 있다.

◇40%가 실적 악화… 완전 자본잠식 기업도

코넥스 시장에 지난해 상장한 45개 기업 중 12월 결산 법인 42개사의 작년 매출액은 1조721억원, 순이익은 418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11.5%, 5.3% 증가했다. 실적은 대체로 개선됐지만, 매출액은 13개사가 감소했다. 순이익은 전체의 40%인 17개사가 감소했다. 적자로 전환한 회사는 비나텍·비앤에스미디어·에스에이티이엔지·에스엔피제네틱스·엔지켐·이푸른·씨이랩·위월드 등 8개사였다. 흑자 전환한 회사는 베셀·데카시스템·하나일렉콤 등 세 곳뿐이다.

순자산이 감소한 기업은 9개사였다. 그중 비앤에스미디어는 순자산이 58.0%, 옐로페이는 59.8% 줄었다. 이푸른의 순자산은 -15억원을 기록해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10억원이다. 그러나 상장이 폐지되지는 않는다. 코넥스 시장은 회계 법인의 감사 의견이 '적정'이 아닐 때만 상장폐지되는데, 이푸른은 '적정'을 받았다. 코넥스 시장은 자기자본 5억원, 매출액 10억원, 순이익 3억원이라는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어, 자본 잠식 상태인 기업도 진입이 가능하다.

◇계속되는 거래 부진… 투자 정보도 적어

코넥스 시장은 증권업협회에서 주관하는 프리보드 시장과 비교해서도 시장이 침체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월 말 현재 코넥스 시장 시가총액은 9814억원, 프리보드 시가총액은 6603억원으로 코넥스 시장이 더 크다. 그러나 올해 시가총액 증가율은 코넥스 시장 6.3%, 프리보드는 6.5%로 나타났다. 올해 코넥스 시장에 3개 기업이 신규 상장된 점까지 감안하면, 코넥스가 프리보드보다 더 침체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거래도 활발하지 않다. 지난달 코넥스 시장의 거래 형성률은 31.8%, 매매 회전율은 5.5%, 일평균 거래대금은 2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호재가 발생해도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는다. 2월 28일 코넥스 시장 상장을 추진한다고 공시한 아진엑스텍의 주가는 올 초보다 오히려 13.7% 떨어진 상태다.

양태영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부 부장은 "코넥스 상장 기업은 시장 성격상 상장 시 공모 의무가 없어 주식이 분산돼 있지 않다"며 "반면 프리보드는 과거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의 주식이 거래되고, 개인 투자자의 참여도 쉬워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100개 기업 상장이 목표인데

올해 한국거래소가 세운 코넥스 시장 신규 상장 목표는 100개다. 작년에는 7월 시장 출범과 함께 21개사가 상장됐고, 연말까지 6개월간 24개사가 더 상장됐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작년보다 더 많은 기업의 상장이 필요하지만, 올 들어 3개월간 상장된 기업은 유비온·나이코·비지스틸 등 세 곳에 불과하다. 신규 상장 신청을 해 놓은 기업은 프렉코가 유일하다.

양 부장은 "4월부터는 매월 10개 이상 기업이 신규 상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100개 기업을 신규 상장시키면 코넥스 시장의 시가총액이 1조원 수준에서 3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기업 일부는 '신속 이전 상장 제도(패스트 트랙)'를 이용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어서, 우량 기업의 이탈로 목표치 3조원 달성은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코넥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정보가 많이 제공돼야 하지만, 투자자가 참고할 만한 기업 분석 보고서도 적다. 전체 48개 상장사 중 단 1개라도 보고서가 나온 회사는 25개뿐이고, 올해 나온 보고서는 3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