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따라하는 찬불가 싫어… 국악 바탕 찬불가 만들었죠

작곡가 박범훈(66·사진) 전 중앙대 총장은 20여년 전 신문에 '법당 안의 피아노'라는 칼럼을 썼다가 몇몇 스님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불교 음악의 오랜 전통이 있는 사찰에서 기독교의 찬송가를 모방하는 찬불가를 부르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적 글이었다. "범패나 영산회상, 회심곡은 불교 음악이 국악화된 것이거든요. 이런 전통은 아랑곳없이 서양식 성가(聖歌)를 따라가고 있는 걸 꼬집은 건데, 그렇게 잘 알면 당신이 찬불가를 써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그가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음악을 전공하는 계기가 됐다. 박 교수는 한국 불교음악의 역사를 정리한 책을 내고, 국악 칸타타 풍의 찬불음악을 잇달아 발표했다. 법당에서 대중들이 부르는 생활 찬불가도 40편 썼다.

이렇게 쓴 찬불가 34곡을 모아 '박범훈의 뭇소리 찬불가' 악보집과 음반(2장·신나라)을 다음 주 낸다. 16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판소리 명창 안숙선과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경기민요의 김영임 등 국악계 스타들이 그의 찬불가를 부른다. "원래 찬불가는 국악 관현악 반주로 썼거든요. 하지만 일선 사찰에선 국악기로 반주할 인력이 없어서 피아노 반주로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악보를 다시 쓰고, 음반을 준비했습니다."

김성녀가 부른 '찬미의 나라', 김영임의 '가야지' '어화너'는 사찰에서 널리 불리는 찬불가다. 박범훈은 "피아노 반주가 위주지만 가락 자체는 전통 국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색에 따라 국악기를 섞어 쓰면 우리 가락의 멋을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있을 때 청와대 불교신자 모임인 청불회(靑佛會) 회장을 지내는 등 불교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열리는 이 공연은 전석 초대로 진행된다. 음반과 악보집 판매액은 조계종 총무원이 주관하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한국학교 건립기금으로 모두 내놓는다. 문의 (02)2011-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