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社 3년째 수익 줄어… 純益 절반이 삼성전자

지난해 한국 증시는 어닝쇼크(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에 시달리며 주춤했다. 기업들의 실적이 이미 꼭짓점을 찍었고,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 상승의 걸림돌이 됐다.

실제로 상장사들의 작년 한 해 실적을 집계해 보니 연 3년째 기업 수익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연결재무제표(국제회계기준·K-IFRS 기준)를 제출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576개사 중 전년 실적과 비교가 가능한 494개사의 2013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당기순이익이 61조7407억원으로 4.37%(2조8215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나머지 기업들의 순이익은 23%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전체 순이익의 절반 차지

삼성전자의 작년 순이익은 2012년보다 27.8% 늘어난 30조4747억원이었다. 유가증권 전체 상장사 순이익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9년 19%에서 2012년에는 36.8%로 크게 늘었는데, 2013년에는 49.4%까지 올라갔다. 상장사 전체 순익의 절반 가까이를 삼성전자 혼자 벌어들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을 제외할 경우 나머지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23% 넘게 감소했다. 주로 건설, 비금속, 운수창고업에서 적자 기업이 쏟아지면서, 전체 상장사의 실적에 영향을 줬다. 통신, 유통, 화학 업종 역시 순이익이 줄어든 기업이 많았다.

개별 기업 중에서 연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순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팬오션으로 지난해 순손실이 1조9096억원에 달했다. GS건설은 순손실이 827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대우건설은 순손실을 7180억원 기록하며 적자 전환 기업에 합류했다. 현대상선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순손실 7140억원, 7086억원을 기록했다.

◇1000원 팔아 34원 남겼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0조9902억원으로 4.85%(4조6726억원) 늘었고, 매출액은 1812조8829억원으로 전년보다 1.84%(32조6773억원) 늘었다.

그러나 기업들의 수익성을 알 수 있는 매출액 순이익률은 2012년 3.63%에서 지난해 3.41%로 0.22%포인트 감소했다. 유가증권 상장사들이 지난해 1000원어치를 팔아 34원을 남긴 셈이다. 2011년에는 1000원어치를 팔아 42원을, 지난해에는 37원을 벌었던 것보다 못한 성적이다.

◇코스닥·코넥스시장 선전

코스닥시장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연결재무제표 제출 기업 중에 분석 대상인 629개사의 작년 영업이익은 5조9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고, 순이익은 3조1451억원으로 1.51% 증가했다. 매출액은 118조6666억원으로 10.0% 늘었다. 코스닥 터줏대감으로 군림하던 IT 업종이 부진한 틈을 타 제조, 오락문화, 유통업종이 부상해 빈자리를 메우며 선전했다.

지난해 7월 첫 출범한 코넥스시장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코넥스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상장법인 30개사의 지난해 개별 기준 당기순이익은 284억원을 기록해 2012년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코넥스시장에서는 지난해 자금 조달에 성공한 기업의 실적이 크게 좋아져 눈길을 끌었다.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과 비교해 영업이익과 매출액 증감률이 크게는 4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