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도… 안전資産에 돈 안 몰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지 40여일이 지났다.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은 어디로 향했을까.

당초 증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경기 회복의 한 축인 유럽의 경기가 둔화하거나 러시아와 미국 간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자연히 글로벌 자금은 당분간 위험을 피해 안전 자산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금, 달러, 엔화 등 안전 자산의 가치는 하락했고, 신흥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예상과 달리 이 사태가 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 달러 등 안전 자산 가치 하락

대표적 안전 자산의 가치는 하락하거나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대표 주자인 금은 가격 하락세가 뚜렷했다. 2월 18일 온스당 1324달러를 기록했던 것이 지난 1일(현지 시각)에는 1279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3.4% 하락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도 내렸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지난 2월 81선에서 움직이던 것이 지난달 1일 80.2까지 하락했다. 같은 안전 자산이지만 달러화는 금융 위기나 저성장 시기에 인기가 좋고, 금은 물가가 상승할 때 인기가 좋은데 두 안전 자산 모두 하락한 것이다. 서지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건의 영향력이 작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역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화폐들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프랑은 지난달 1유로당 1.21프랑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지난 25일 1.22프랑을 넘어서는 등 약세를 보였다. 엔화도 우크라이나 소요 사태가 발생한 2월 18일 이전 달러당 101엔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1일에는 달러당 103.5엔을 기록했다(엔화 가치 하락).

증시 전문가들은 이를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첫째는 애초부터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를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 유럽의 원유·가스 소비량 중 독일이 30%, 이탈리아 28%, 프랑스 17%, 영국이 1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미국도 북핵과 중동 문제 등에서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한 상태라 극단적 선택이 나오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는 논리다.

또 한 가지는 러시아의 금리 인상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초 기준 금리를 7%로 1.5% 올리면서 해외 자본의 이탈을 최소화했다. 러시아의 발 빠른 조치가 자본 이탈을 막는 동시에 이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금융시장에 던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흥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 국내선 러시아 펀드에 자금 유입

이 기간 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신흥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다. 러시아 증시가 지난 한 달간 6% 오른 것을 비롯해 아르헨티나가 10.2%, 인도가 6.3%, 브라질이 5.2%, 대만이 2.4%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이 기간 0.6% 상승했다. 이런 상승 역시 우크라이나 악재보다는 중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등 호재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다만 자금 유·출입 측면에선 신흥국 증시에서 여전히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펀드 조사 기관 EPFR에 따르면 지난주 신흥국 펀드에서는 12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그러나 올 초부터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신흥국 펀드에서 22주 연속 자금이 이탈하던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탈 정도가 점차 줄고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지난주 선진국 펀드에서는 81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국내에서는 러시아 펀드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에 나와있는 12개 러시아 관련 펀드 중 7개가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전환됐고, 이 중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8개 펀드 모두가 지난주부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수익률이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