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人] "新중년이 新성장 동력… 은퇴시장 선도할 것"

은행업계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경쟁력 1위 신한은행이 '은퇴 시장' 공략을 선언하고 나서 은행뿐 아니라 은퇴자 금융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인 보험사들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은퇴 시장 공략은 내년 연임을 앞둔 서진원〈사진〉 행장이 승부처로 뽑은 '블루 오션'이다. 서 행장은 지난 1일 창립 기념식에서 '드림 경영'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그 첫걸음으로 은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올 초 김진영 전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을 미래설계센터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4월 1일 전국 70개 점포에 미래설계센터를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전문 컨설턴트들이 은퇴 준비 설계를 비롯해 상속, 증여 등 은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상담해준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은퇴 소득을 하나로 모아 관리하는 미래설계통장도 새로 출시했다. 연금 명목의 수입에 우대금리(2~2.5%)를 주고, 300만원까지 생활비 가불 서비스를 해준다. 노인 금융 사기를 막기 위해 인터넷 뱅킹이나 폰 뱅킹 기능을 제한한 것도 특색이다. 신문과 TV를 통해 '은퇴 준비 신한은행과 함께'라는 광고도 대대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서 행장이 은퇴 시장을 주목한 이유는 뭘까.

서 행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저성장·저금리·고령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답하면서 "2016년까지 은퇴 브랜드를 확립하고 2018년엔 은퇴 시장을 선도해 최고의 실적과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은퇴 시장 진출은 사회 변화를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 최대 인구 집단인 베이비붐 세대(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일찍 겪은 일본은 전체 금융자산의 80%를 50대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현재 60% 정도이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쳐 현재 시장 규모는 320조원 정도. 2020년 무렵엔 그 규모가 두 배가량으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신(新)중년 세대를 공략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점점 살아남기 힘들어지는 셈이다. 서 행장은 신중년층의 니즈를 기존 금융 상품이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착안, 은퇴 시장을 은행의 신성장 동력이라고 판단했다.

서 행장은 "기존 보험사 상품은 단순한 적립식 연금 일색이고, 증권사 상품은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힘들다"면서 "새로운 저위험·중수익 상품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위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서 행장은 또 "단순히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노후를 편안하게 맞고 싶은 사회 구성원들의 꿈을 이뤄주는 금융 본연의 임무를 다하려는 것"이라면서 "신한금융그룹 내에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과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서 행장은 은퇴 준비를 어떻게 하냐고 묻자 "은퇴 후 후배들에게 삼겹살이라도 사줄 수 있게 분산 투자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