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을 꾼 소설가의 꿈, 이제서야 이뤘네요

"외교관으로 일하고 보니 인류사는 결국 정치 세력이 좌우하더군요. 대학 시절 쓴 글들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인류에게 해를 끼치는지, 전체주의 사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하고 싶었어요."

외교 분야에서 40년 넘게 일해온 박상식(80·사진)씨가 청년 시절 쓴 단편 21편을 모아 '눈물의 강산'이라는 소설집을 냈다. 대부분 6·25전쟁을 배경으로 좌우 이념 갈등을 다루고 있다.

박씨는 서울대 영문과 시절인 1958년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25세 때부터 외무부에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유학 가 정치학을 공부하고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주(駐)보스턴 총영사, 주유네스코대표부 대사, 주싱가포르 대사를 지낸 외교관이자, 2000년 퇴직 후엔 경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국제정치학자다.

지난해 경희대에서 퇴임한 그는 60년 만에 자신이 쓴 소설 원고를 꺼냈다. "소설가가 되려고 문리대에 갔거든요. 글감을 찾아 여행하고 싶었는데 외교관이 되면 여행은 원 없이 다닐 것 같아 외무고시를 보게 됐어요. 그런데 합격하고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이제야 소설가의 꿈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겁니다."

이 소설집에는 서울대 대학신문사 주최 전국학생현상 단편소설 당선작부터 미발표 원고까지 실렸다. "60년이나 묵힌 원고다 보니 종이가 다 삭았어요. 표기법도 많이 달라져서 새로 타이핑하는 데 꼬박 1년 걸렸습니다. 국문학 박사인 아내가 처음엔 '젊을 때 쓴 글이 오죽하겠느냐'고 핀잔 주더니 작품을 읽는 요즘은 깜짝 놀라는 눈치입니다."

그는 "이제 다시 '노벨문학상 지망생'이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 근대사를 바탕으로 영어 대하소설을 쓰고 싶어요. 유네스코 대사로 있을 때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큰 이유가 번역 때문이란 걸 알았거든요. 영국 철학자 러셀도 98세까지 책을 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