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천조각이… 한국 문화 전도사로

"미국의 한 직조(織造·textile)잡지 편집장이 저에게 '교수님은 한국 문화 대사(大使)'라고 하더군요. 별생각 없이 재밌어서 해 온 일인데, 뿌듯하네요."

이정희(69·사진) 교수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보자기'를 가르친다. 올해로 15년째다. 겨울 학기마다 'Bojagi & Beyond'라는 강의를 한다. "늘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몰려요. 우리 텍스타일 학과뿐 아니라 건축·의류·애니메이션·그래픽 등 다양한 과에서 배우러 오죠."

그는 특히 조형미가 매력이라 했다. "불규칙한 천 조각이 모여 독특한 무늬를 만드는 '조각보'에선 현대적인 섬유디자인 감각이 느껴지죠." 보자기천 자체도 흥미롭다고 했다. "특유의 반투명함 덕에 빛에 닿으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내요. 퀼트(quilt)도 자투리천으로 만들지만, 천이 두꺼워 불투명한 데다 천과 천 사이에 솜이 들어가 빛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연출하긴 어려워요."

그는 수업 때 학생들에게 보자기 조각들을 주고 "마음껏 해 보라"고 한다. "저도 놀랄 정도로 창의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와요. 의자 테두리만 나무로 짜고 등받이와 앉는 부분을 조각보로 만든 학생도 있고, 조각보만으로 2인용 피크닉 깔개를 만든 학생도 있죠. 옷이나 조형물을 만든 학생도 많아요." 진로를 바꾼 학생도 있다. "한 회화과 학생은 보자기에 빠져 섬유 공부를 하더니 졸업하고 캄보디아 국제예술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로 갔어요. 하버드대 의뢰를 받아 보자기 디자인을 살린 극장 무대를 설치한 산업디자인과 학생은 하버드대 전속 디자이너로 들어갔고요."

그는 한국에 와 있다. 오는 8월 24일 제주 저지예술정보화마을에서 열리는 '2014 국제 보자기 포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10여개국 150여명 작가가 전시와 강연을 갖는다. "보자기는 신분 구별 없이 한민족이 활용하던 공예예요. 하지만 근대화 이후 전통을 잃어가고 있죠. 다시 널리 알리고, 우리 전통도 계승·발전시킬 토대를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