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천주교 뒤엔 그가 있었네

"나의 사목 비결은 저 십자가입니다. 저 벌린 두 팔은 나의 교황직 강령이었습니다. 저 두 팔은 그리스도가 모든 이를 위해 죽었음을 말해줍니다."

암 투병 중이던 요한 23세 교황(1881~1963)은 죽음을 앞둔 1963년 5월 말 병상에서 주변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수술을 거부하며 "주교답게, 교황답게 죽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6월 3일 선종했다. 오는 27일 바티칸에서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와 함께 시성(諡聖·성인의 반열에 오름)되는 요한 23세. 그의 시성식을 앞두고 요한 바오로 2세에 비해 우리에게 덜 알려진 요한 23세의 삶과 업적을 다룬 전기 '요한 23세 성인 교황'(가톨릭출판사·왼쪽 사진)과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교황 요한 23세'(바오로딸 출판사·사진) 2종이 출간됐다. 미국 저널리스트 그렉 토빈과 마지막 10년간 비서를 지낸 카포빌라 추기경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개최해 현대 가톨릭의 물줄기를 돌려놓은 요한 23세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소작농의 아들'인 요한 23세는 1958년 교황 선출 후 교황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역대 교황 중 가장 많은 교황이 선택한 이름 뒤에 보잘것없는 이름을 숨기고 싶습니다"라며 '요한'을 택했다.

요한 23세는 선출 당시 고령(77세)에 건강도 좋지 않아 '지나가는 교황'처럼 보였지만 실제론 '준비된 교황'이었다. 당시 가톨릭은 중세 이후 이어져온 전통을 고수하려는 보수파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개혁하자는 쇄신파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었다.

요한 23세가 꺼낸 카드는 공의회(公議會). 그의 비서였던 카포빌라 추기경은 교황이 공의회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꺼낸 것이 1958년 10월 30일이라고 증언한다. 교황 선출 후 48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추진력은 무서웠다.

교황청 주변에서 "1963년부터는 어렵고 그다음 해부터 하자"고 하자 그는 "그럼 1962년부터 하자"고 되받아 실현시켰다. 1965년까지 계속된 공의회에는 사제 결혼허용 문제까지 모든 현안이 제기됐고 결국 과거 라틴어 미사를 현지어로 바꾸는 등 전례와 교리 등에서 대대적인 아조르나멘토(현대화·쇄신)를 결정했다. 현재 우리가 보는 가톨릭의 모습은 대부분 그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