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춘사월, 배당株 꿀맛

미국의 건설 장비 회사 캐터필러, 제약사 머크, 에너지 회사 엔터지….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지난해 다른 회사에 비해 높은 배당을 했다는 것, 그리고 올해 들어 주가가 12% 넘게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끝이 안 보이는 기나긴 저금리 시대에 배당주 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투자증권 유승민 투자전략팀장은 "잘만 투자하면 배당 자체만으로도 웬만한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가 주가도 많이 오른다'는 인식이 커져 배당주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금만 노리는 '배당 투자'와 '배당주 투자'는 약간 다르다. 배당 투자는 연말 기준으로 기업이 지급하는 배당금만 노리지만, 배당주 투자는 배당을 착실히 해온 회사의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투자를 뜻한다. 배당주 투자는 연말에 집중되는 배당 투자처럼 철을 가리지 않는다. 일찍 진 꽃처럼 금리도 바닥인 2014년 춘사월, 배당과 주가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배당주 투자법을 알아본다.

◇알짜 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

배당 잘하는 회사의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배당주 펀드'라고 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이 펀드들은 수익률이 비교적 높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신영밸류고배당 펀드의 수익률이 30%로 가장 높았고 신영 프라임배당(20%), 베어링 고배당(19%) 같은 배당주 펀드도 '성적'이 좋았다.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이민홍 팀장은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수익률이 가장 높긴 하지만 '덩치'가 너무 커져(운용액 1조6229억원) 이제는 배당주만 담지는 못하고 있다. 알짜배기 배당주들에 집중해 투자할 생각이라면 신영 프라임배당이나 베어링 고배당을 더 추천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양적 완화 축소 이후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배당주에 몰렸던 돈이 다시 예금으로 넘어가 배당주 인기가 시들해질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불안한 미국 투자자들의 돈은 여전히 배당주에 몰리는 중이다.

해외 배당주를 담은 대표적인 펀드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글로벌 배당 인컴펀드'다. 미국과 유럽 등의 대표적인 배당주에 투자하는데 월지급식으로 수익금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2월에 나온 이 펀드의 1년 수익률은 15%였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올해 초 내놓은 '피델리티 유럽 배당 인컴펀드'는 배당을 계속 지급해온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에 주로 투자한다. 지난여름 나온 한화자산운용의 '글로벌 배당주 투자펀드'는 미국·유럽·홍콩의 배당주에 투자한다. 지난 6개월 수익률은 7.5%였다.

다만, 배당주 펀드를 살 때는 배당 수익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펀드로 돈을 벌었을 때 배당을 받아 수익을 올린 부분에 대해선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는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해외 펀드는 배당소득세와 별도로 주식 매매 차익 중 250만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20%)와 주민세(2%)를 내야 한다.

◇美 증시 상장된 글로벌 배당주 ETF 노려볼 만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직접 사고파는 펀드인 상장지수펀드(ETF)로도 배당주 투자가 가능하다. 수수료가 펀드의 절반 수준인 점이 장점이다. 한국거래소엔 현재 세 개의 '배당주 ETF'가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배당주' ETF는 코스피200 종목 중 배당을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되는 30개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파워고배당·저변동성' ETF는 배당주 50개를 담았다. 우리자산운용의 'KOSEF 고배당' ETF는 배당주 ETF 중 가장 먼저(2008년 7월) 만들어졌는데 수수료가 0.4%로 다른 두 ETF (0.23%)에 비해 높은 것이 단점이다.

미국과 유럽의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ETF를 사는 것도 어렵지 않다. 요즘 웬만한 주식 매매 프로그램에선 해외 주식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ETF를 찾아 사고팔면 된다.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이용훈 팀장은 미국의 대표적인 배당주펀드로 'SPDR 다우존스산업평균 ETF(종목 코드 DIA)'를 꼽았다. 다우존스산업평균에 편입된 종목 중에 비자카드·IBM 같이 배당을 많이 해온 대형주에 주로 투자한다. 지난 1년 수익률은 15% 정도다.

'SPDR 스탠더드&푸어스 배당주 ETF (SDY)'는 AT&T·맥도널드 등 25년 이상 배당을 계속 늘려온 종목들에 집중 투자한다. 이 ETF에 담긴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4%로 높은 편이고, 지난 1년간 ETF의 수익률도 17%로 좋았다. 경기가 되살아나리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유럽의 기업에 투자하는 배당주 ETF 중엔 '위즈덤트리 유럽 스몰캡 배당 ETF'가 성적이 괜찮다. 유럽의 중소형 종목 중에서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데 지난 1년 동안 수익률이 5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