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한물갔다고?… 지방엔 알짜 저축銀 많다
입력 : 2014.04.13 23:18
[대형 저축은행 적자 내는 동안 중소형 저축은행 실적 좋은 이유]
신용등급 같은 평가 외에 현장방문·평판 통해 대출심사
부실 막으려고 대출모집인 안써… 직원들이 고객과 친분 쌓아 영업
경남 진주에 본점을 둔 진주저축은행은 직원 79명, 자산 3146억원으로 저축은행 업계에선 작은 규모에 속한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해 24억원의 흑자를 냈다. 반면 자산 1조원이 넘는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저축은행이나 2조원이 넘는 SBI저축은행 등은 지난해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한반도 남쪽 모퉁이에 있는 소형 저축은행이 대기업이나 일본 대형 금융사 계열 저축은행을 앞지르는 실적을 낸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전체 자산(38조9763억원)의 61%를 차지하는 대기업·금융지주·외국계 금융사 계열 저축은행 38개는 지난해 총 4564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비해 나머지 중소 저축은행 51개는 총 331억5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적자를 낸 저축은행 숫자를 비교해도, 대기업·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38개 가운데 25개로 절반을 훨씬 넘었고, 중소 저축은행 51개 중 적자를 낸 곳은 16곳에 불과했다.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 자기자본비율도 중소 저축은행은 15.6%로 대기업·금융지주·외국계 계열 저축은행의 13.3%보다 높다. 중소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18.6%로 대기업 등의 계열사에 비해 4%포인트 낮다. 90%가 경상도·전라도·강원도 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중견·강소 저축은행들이 돈을 버는 핵심 비법은 무엇일까.
◇주위 평판이나 현장 정보로 대출
"어무이, 저 왔습니더. 탕수육이랑 소주 한잔 드십시다!"
지난 8일 오후 부산 국제시장. 경남 진주저축은행 이용환(50) 남포동지점장은 보석 장사를 하는 김모(70) 할머니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김 할머니와 주위 상인 3명은 가게 앞 탁자에 모여 이 지점장이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
저축은행업계 전체 자산(38조9763억원)의 61%를 차지하는 대기업·금융지주·외국계 금융사 계열 저축은행 38개는 지난해 총 4564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비해 나머지 중소 저축은행 51개는 총 331억5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적자를 낸 저축은행 숫자를 비교해도, 대기업·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38개 가운데 25개로 절반을 훨씬 넘었고, 중소 저축은행 51개 중 적자를 낸 곳은 16곳에 불과했다.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 자기자본비율도 중소 저축은행은 15.6%로 대기업·금융지주·외국계 계열 저축은행의 13.3%보다 높다. 중소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18.6%로 대기업 등의 계열사에 비해 4%포인트 낮다. 90%가 경상도·전라도·강원도 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중견·강소 저축은행들이 돈을 버는 핵심 비법은 무엇일까.
◇주위 평판이나 현장 정보로 대출
"어무이, 저 왔습니더. 탕수육이랑 소주 한잔 드십시다!"
지난 8일 오후 부산 국제시장. 경남 진주저축은행 이용환(50) 남포동지점장은 보석 장사를 하는 김모(70) 할머니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김 할머니와 주위 상인 3명은 가게 앞 탁자에 모여 이 지점장이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
이들은 모두 진주저축은행에서 10%대 후반 금리로 1000만원 한도의 일수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이다. 30년간 일수대출 영업을 해온 이 지점장의 영업 원칙은 '고객의 일부터 돕자'는 것이다. 남포·국제·자갈치 시장의 고객 400여명을 관리하는 그는 "매일 30~40곳의 시장 상인 고객을 돌고 이삿짐을 날라주거나 밥을 먹고 고객에게 3만~4만원의 원리금을 회수한다"며 "땀 흘리면서 애정을 보이면 어머니, 형님, 동생 사이로 지내던 분들이 대출 고객이 된다"고 했다. 중견·강소 저축은행의 최대 강점은 발로 뛰며 고객과 친분을 쌓아 영업하는데, 돈을 안 갚는 고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진주저축은행은 신입 직원들은 6개월 동안 영세 자영업자 등 고객이 모여 있는 전통시장을 돌며 영업 교육을 받는다.
서울의 한 대형 저축은행 부행장은 "최근 개인 정보 유출 문제로 대출모집인 영업 길이 막혀 신용 대출 실적이 추락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중견·강소 저축은행들은 외부 대출모집인을 쓰지 않고 자체 직원들로만 영업한다. 부실 대출 우려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대출해 줄 때 시중은행이나 대형 저축은행처럼 빚 갚을 능력이나 신용등급처럼 데이터로 계량화된 정보도 참조하지만, 주위의 평판이나 거주 기간, 근무 상태 등 고객의 비(非)재무적 상황을 눈여겨본다. 이용환 지점장은 "대출 심사평가 비중의 60%는 현장에서 목격한 가게 사정, 기존 고객 3~4명에게서 듣는 평판이 좌우한다"고 했다. 이 저축은행은 기존 고객들에게서 다른 고객을 추천받는 '맨 게이트 맨'(Man-Gate-Man)이라는 제도를 운영하는데, 전체 고객의 30%는 기존 고객이 추천한 사람들이다.
지난 14년간 흑자를 지속한 경남 통영의 조흥저축은행 관계자는 "7000명의 고객과 친분을 쌓다 보면 누가 파산할지 정보를 알 수 있고 채권을 미리 회수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지난해 대출 잔액 1200억원 가운데 대손액은 5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돈을 잘 버니 예금금리도 높다. 3%대 이상 예금금리를 주는 저축은행 17개 중 15곳이 중견·강소 저축은행들이다.
◇PF 등 역량에 안맞는 사업 사절
중견·강소 저축은행들의 공통점은 자산 규모가 대부분 과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인근 지역에서 일수나 담보 대출 같은 상품을 팔며 대출 한도를 엄격히 지키기 때문이다. 일수대출이 전체 대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충북 청주의 한성저축은행 관계자는 “일수대출은 500만원, 담보대출은 아무리 담보가 좋아도 3억을 넘기지 않는다”고 했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도 강점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30~40년 전에 창립한 지방의 작은 저축은행들은 내부 승진으로 대표이사가 되거나 대주주가 대표이사를 맡는다”며 “무리하게 욕심을 내어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급증해 저축은행 부실의 주범이 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대표 사례다.
한 지방 저축은행 대표는 “PF를 할 기회도 있었지만 우리 역량이나 능력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며 “‘눈에 보이는 돈인데 바보 아니냐’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 바보 같은 선택이 현명한 선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상당수 대기업·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부실화된 PF 등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견·강소 저축은행들이 돈을 떼이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현장 중심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축은행들은 취지에 맞게 다시 현장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 저축은행 부행장은 "최근 개인 정보 유출 문제로 대출모집인 영업 길이 막혀 신용 대출 실적이 추락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중견·강소 저축은행들은 외부 대출모집인을 쓰지 않고 자체 직원들로만 영업한다. 부실 대출 우려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대출해 줄 때 시중은행이나 대형 저축은행처럼 빚 갚을 능력이나 신용등급처럼 데이터로 계량화된 정보도 참조하지만, 주위의 평판이나 거주 기간, 근무 상태 등 고객의 비(非)재무적 상황을 눈여겨본다. 이용환 지점장은 "대출 심사평가 비중의 60%는 현장에서 목격한 가게 사정, 기존 고객 3~4명에게서 듣는 평판이 좌우한다"고 했다. 이 저축은행은 기존 고객들에게서 다른 고객을 추천받는 '맨 게이트 맨'(Man-Gate-Man)이라는 제도를 운영하는데, 전체 고객의 30%는 기존 고객이 추천한 사람들이다.
지난 14년간 흑자를 지속한 경남 통영의 조흥저축은행 관계자는 "7000명의 고객과 친분을 쌓다 보면 누가 파산할지 정보를 알 수 있고 채권을 미리 회수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지난해 대출 잔액 1200억원 가운데 대손액은 5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돈을 잘 버니 예금금리도 높다. 3%대 이상 예금금리를 주는 저축은행 17개 중 15곳이 중견·강소 저축은행들이다.
◇PF 등 역량에 안맞는 사업 사절
중견·강소 저축은행들의 공통점은 자산 규모가 대부분 과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인근 지역에서 일수나 담보 대출 같은 상품을 팔며 대출 한도를 엄격히 지키기 때문이다. 일수대출이 전체 대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충북 청주의 한성저축은행 관계자는 “일수대출은 500만원, 담보대출은 아무리 담보가 좋아도 3억을 넘기지 않는다”고 했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도 강점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30~40년 전에 창립한 지방의 작은 저축은행들은 내부 승진으로 대표이사가 되거나 대주주가 대표이사를 맡는다”며 “무리하게 욕심을 내어 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급증해 저축은행 부실의 주범이 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대표 사례다.
한 지방 저축은행 대표는 “PF를 할 기회도 있었지만 우리 역량이나 능력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며 “‘눈에 보이는 돈인데 바보 아니냐’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 바보 같은 선택이 현명한 선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상당수 대기업·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부실화된 PF 등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중견·강소 저축은행들이 돈을 떼이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현장 중심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축은행들은 취지에 맞게 다시 현장 영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