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15 03:02 | 수정 : 2014.04.15 03:08

[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6월 3일, 영어판 출간]

1980년대 한국을 그린 청춘소설… 영어권 서평지 '읽어야 할 책' 선정
동·서양 고전 폭넓게 인용해 "풍성한 引喩와 디테일… 공감" 호평

신경숙 문학 열풍이 올해도 지구촌에서 분다.

신경숙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올해 중국·대만·노르웨이·스페인·이탈리아·폴란드에서 번역 출간된 데 이어 영어판이 6월 3일 나온다. 영어판 제목은 'I'll Be Right There'(소라 킴-러셀 옮김·디 아더 프레스 출간). 정식 출간되기에 앞서 이미 영어권 언론과 서평 전문지들이 '올해에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했다.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서평지들은 한결같이 "33개국에 번역된 베스트셀러 소설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의 작가가 낼 최신작을 주목한다"고 간결한 프리뷰(preview)를 실었다.

소설‘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영어판‘I’ll Be Right There’로 또 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 신경숙.
소설‘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영어판‘I’ll Be Right There’로 또 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 신경숙. /조선일보 DB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1980년대 대학생이었던 정윤·단이·미루·명서 네 사람이 겪은 우정과 사랑, 상실의 시대를 그린 청춘 소설이다. 국내에선 2010년에 발표돼 독자들 사이에서 약칭 '어·나·벨'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인터넷 신문 '허핑턴 포스트'는 '2014년 당신이 읽어야 할 책 30권'에 '어·나·벨' 영어판을 올렸다. "정치적 격변기였던 1980년대 한국을 무대로 한 소설"이라며 "이 소설은 인유(引喩)가 풍부한 덕분에 주인공이 동서양 문학 양쪽에서 모두 공감을 얻는다"고 호평했다. 신경숙은 이 소설에서 동서양 문학의 고전을 폭넓게 인용했다. 어두운 현실을 넘어서려는 인간 영혼의 양식(糧食)을 풍성하게 제시한 것이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중세 서양 전설에 나오는 성인(聖人) 크리스토프를 비롯해 랭보, 발레리, 디킨슨 같은 시인들이 소설 속에서 거론된다. 영국에 유학 갔던 근대 일본 작가 소세키, 일본에 유학 갔던 중국 작가 루쉰도 언급된다.

권위 있는 서평지 '퍼블리셔스 위클리' '라이브러리 저널' '커커스 리뷰'도 추천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신경숙이 쓴 이 감동적인 소설에서 네 명의 등장인물을 지배하는 정서는 긴장과 슬픔"이라며 "등장인물들은 미래에 대한 씁쓸한 환멸과 실망에 빠진 세대에 속한다"고 전했다. "신경숙은 절제된 디테일 속에 심오한 의미를 제시할 줄 안다. 그녀는 동서양 문학을 자주 언급함으로써 희망을 품고 생존하려는 (삶의) 의무를 입증한다."

영어판 표지.
영어판 표지. /조선일보 DB
서평지 '커커스 리뷰'는 "이 소설은 특수한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지만, 공감이 가는 충동과 보편적 불의(不義)를 다루면서 세계문학 인용을 배경음악으로 깔아 더 큰 울림을 향해 나아간다"고 했다. 주제와 서술의 보편성을 높이 산 셈이다. 그러면서 "신경숙의 명료하면서도 암시적인 서술의 목소리는 (영어 독자에게) 낯설면서도 동시에 친숙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조용히 전달한다"고 호평했다.

신경숙은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런던 도서전에 참가한 뒤 핀란드와 독일로 건너갔다. 작가는 "'I'll be right there' 최종 인쇄본을 미리 읽어본 영국 기자들이 번역이 좋다고들 해 안심이 된다"며 "'엄마를 부탁해'와 전혀 다른 작품이라서 놀랐다며 두 작품을 쓴 작가가 한 사람이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중국에선 '올해의 외국 문학', 폴란드에선 '올해의 아름다운 책'으로 이미 뽑히기도 했다.

세계적 작가가 된 신경숙은 "새벽에 문득 깨서 호텔 천장을 보고 누워선 내가 다녀본 세계의 호텔 중 몇 개를 골라서 작품으로 써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 자연히 내 작품이 공간 이동을 하면서 두고 온 사람들과 새로 만난 사람들의 삶이 겹치면서 내 작품 속으로 들어오겠지. 낯선 호텔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작가인 게 좋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이 삶의 차가움들을 헤쳐나갈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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