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의 부활절 미사… 한옥과 성당이 만난 이곳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오는 20일 예수부활대축일을 맞아 오후 2시 가회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5일 이같이 발표했다. 교구장이 교구장좌 성당(서울은 명동대성당)이 아닌 다른 성당에서 부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가회동성당이 관할하는 서울 북촌(北村)은 한국 천주교 첫 미사가 열렸던 곳으로 전해진다. 중국인 주문모(周文謨·1752~1801) 신부가 정약종(丁若鐘·1760~1801), 황사영(黃嗣永·1775 ~1801) 등 초기 천주교 신자들과 함께 '북촌 심처(深處)'에 있던 역관(譯官) 최인길(崔仁吉·1765~1795)의 집에서 1795년 4월 5일 부활대축일 미사를 올린 것. 염 추기경은 이 순교자들의 영성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북촌에 자리한 가회동성당에서 부활미사를 집전하는 것이다.

역사적 의미도 크지만 가회동성당은 지난해 11월 재건축 준공 이후 한옥(韓屋)과 현대식 성당 건물의 조화로 이미 북촌한옥마을 방문객들 사이에 명소(名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15일 오후 찾은 가회동성당은 북촌 한복판에 있지만 얼른 눈에 띄지 않았다. 길가 전면에 병풍처럼 펼쳐진 66㎡(약 20평)짜리 한옥 사랑채가 주변 풍경 속에 스며들 듯 튀지 않기 때문이다. 계단을 돌아 올라가면 비로소 지상 3층·지하 3층짜리 성당 건물을 만난다.

지난 2년여에 걸쳐 재건축 과정을 주도한 송차선(54) 주임신부는 "설계 공모 때 첫 조건으로 '단아하게 한복 입은 선비와 벽안(碧眼)의 외국인 사제가 어깨동무하는 형상'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사제의 길로 방향을 전환하기 전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그는 "종교 시설이라 해서 유난하기보다는 단순·소박하게 지역에 맞게 더불어 간다는 생각으로 재건축을 추진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옥 짓는 장인(匠人)들에겐 '아빠의 대표작이 북촌한옥마을에 있다고 자녀에게 말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한옥과 성당 구석구석엔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서양을 접목시키기 위해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한옥의 암·수막새 기와엔 '오병이어(五餠二魚)'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문양을 넣었고, 조각가 임송자씨가 제작한 성당 내 십자고상(十字苦像)의 예수 그리스도는 30대 한국 청년의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또 작은 박물관 같은 성당 1층 역사자료실엔 의친왕 이강(李堈·1877~ 1955)이 세상을 떠나기 1주일 전 가회동성당 주임사제로부터 세례받은 기록이 눈에 띈다.

송 신부는 "천주교를 박해한 조선 왕실의 후손이 세례를 받음으로써 신앙이 승리한 것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송 신부는 "가회동성당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성당'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성당'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