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西面엔 박사만 145명… 그러니 '박사 문화촌' 세워야죠

강원도 춘천 '박사마을'에 문화촌이 들어선다. 박사마을은 춘천시 서면에 있으며, 인구는 4000여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서면 출신 박사가 145명에 달해 붙은 별칭이다.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해도 주민 27명에 1명꼴이다. 이곳에 2016년 '레고랜드'가 문을 여는 것을 계기로 서면을 알릴 문화촌 사업에 박사들과 주민들이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4일 박사문화촌건립추진위원회 창립대회를 가졌다. 초대 위원장은 강원대 산림바이오소재공학과 전수경 교수(62)가 맡았다. 박흥수 강원정보문화진흥원장, 박영철 서면 노인회장, 이수홍 춘천시 노인회장, 최선화 박사마을 관리위원장, 강금옥 이통장 협의회장 등 21명이 전문위원이다. 서면 출신 박사 중 40여명은 외국에, 70명은 타지에 있다. 그래서 우선 30명 정도인 춘천권 박사들이 서면 주민과 손잡았다.

박사마을은 춘천에서도 오지다. 서면은 의암호 주변으로, 1970년대만 해도 춘천 중심가로 가려면 나룻배를 타야 했다. 그럼에도 1963년 송병덕씨의 의학박사 학위를 시작으로 이 마을 3호 박사인 한승수 전 총리 등 인재를 140여명 배출했다. 박용수 강원대 총장, 정하균 전 국회의원, 애니메이션 '구름빵'으로 유명한 강원정보문화진흥원의 박흥수 원장 등이다. 서면에는 1999년 박사 이름, 학위 취득 연도, 출신 대학 등을 새겨넣은 선양탑이 건립됐다. 이후에도 박사가 줄지어 배출돼 2005년 말부터는 탑 뒤편에 병풍처럼 돌을 세워 추가 명단을 넣어야 했다.

서면 박사들은 그간 고향을 위해 여러 일을 해왔다. 꿈나무들을 위해 장학 사업과 함께 자기 직장으로 불러 현장학습을 시키거나 SNS를 통해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으론 부족했다. 이번에는 아예 '문화촌'을 만들어 고향 발전을 돕기로 했다.

첫 사업은 세계적 테마파크인 레고랜드의 2016년 개관을 앞둔 '서면 문화관광 종합안내도' 제작이다. 앞으로 해마다 찾아올 200만 관광객에게 애니메이션박물관, 자전거길, 농촌체험장, 옛 나루터 등을 알려주자는 것. 커다란 지도 한 장에 설명과 함께 담길 '서면 스토리텔링' 작업이다. 이 지도가 완성되면 유적지나 옛 명소에 호텔 등이 난립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사체험관'도 건립해 가족 관광객을 대상으로 '공부하는 법' '공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길' 등도 안내할 계획이다.

서면에서 박사가 많이 배출된 배경은, 조선시대인 17세기 초반 '노론'이 대거 피신 왔기 때문이란 설이 유력하다. 이들이 '도포서원'을 세워 후학을 양성했다고 한다.